[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부·여당이 금융위원회 해체 및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면서 금융당국의 변화가 전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의 금융감독체계는 지난 63년간 중앙은행 산하 감독기관에서 시작해 현재 금융위 중심 체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 명칭과 역할 개편을 거쳐왔습니다.
금융당국의 역사는 큰 틀에서 한국은행 산하의 은행감독원→금융감독원(통합형)→금융위 중심 체계→금융위 해체·금감위 설치 논의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모태는 한은 산하 은행감독원
금융당국의 모태는 한국은행 산하 은행감독원으로, 이승만정부부터 김영삼정부까지인 1950년대~1998년까지 지속됩니다.
당시 설립 목적은 '은행의 건전성 검사'와 '지급결제 안정성 확보'였습니다. 이는 당시 시대상과도 맞닿아있습니다. 금융산업의 주축이 은행이었기 때문에 감독 기능도 '은행 중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상업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지급 능력 감독 등이 금융당국의 주된 역할이었습니다.
한은이 금융 안정·통화정책을 총괄하면서 은행 건전성 관리까지 함께 담당하는 구조였습니다. 사실상 한은이 금융감독 전반을 관할하는 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지속됩니다. 당시 금융시장은 은행 중심 구조였고, 증권·보험 등 자본시장 규모가 작아 별도의 감독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1999년 김대중정부에서 금융감독원이 출범하게 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국제통화기금(IMF) 직후, 금융감독 기구의 통합 필요성이 대두된 게 배경입니다. 금융산업이 복잡해지면서 부문별 감독 체계의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에 '종합 금융감독 기구'를 만들어 위기 대응력과 효율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김대중정부에선 IMF 권고와 외환위기 경험을 기반으로 금융감독체계의 대수술을 단행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구를 통합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출범하게 됩니다.
금감원은 민간 법인 형태로, 금융회사 검사·감독을 전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맡고, 금감원은 집행·감독만 집중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로 운영됐습니다.
이명박정부 금융위 신설…17년 만에 해체 논의
2008년 이명박정부는 금융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해 금융감독원을 산하화합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혼선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 금융당국 재편의 목적은 정책과 감독을 조정·통합해 '시장 친화적 금융정책'과 '감독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정책국(재경부)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해 금융위원회로 재탄생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 집행기관으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금융위는 금융정책을 수립하고, 금감원 지휘·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로 모아졌습니다. 이 체계는 '정책과 감독 간 조정·균형'이라는 명분으로 15년 이상 유지돼왔습니다.
이재명정부에서 정부·여당은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위원회로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당정은 오는 7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후 올해 하반기 금융위 해체,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금융정책 기재부 이관 방안을 공식화할 계획입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은 독립적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맡도록 조정할 예정입니다.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취지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의 주장은 금융위가 정책·감독을 동시에 쥐고 있어 정책과 감독 간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금융정책은 기재부로 일원화해 효율적 정책 집행을 노린다는 설명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기재부 권한 강화와 관치금융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체계가 재편·출범할 때마다 역대 정권은 금융 체계의 효율성·독립성·균형을 명분으로 내걸었습니다. 이번 금융당국 재편 논의 역시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추구하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이 진정으로 금융 안정과 정책 효율성을 높일지는 의문입니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이 분리되면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정책 조율 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면 오히려 권한 집중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조직개편 추진 과정이 지나치게 졸속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이번 정부에서 또 다른 금융당국의 역사를 쓰게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