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특검이 출범한 지 70여일이 지났지만, 수사의 종착점은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특검은 김건희씨를 구속기소했지만, 그와 관련 의혹들이 '캐도 캐도 또' 나오는 판이어서입니다. 특검은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집사게이트' 뿐만 아니라 고가의 금거북이와 목걸이 등 '매관매직 의혹'까지, 법에 규정된 16개 수사대상 외 인지 사건들을 잇따라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집사게이트 의혹 관련 IMS모빌리티 임원진의 영장이 기각되는 등 실체 규명에 난항을 겪는 상황입니다. 특검은 '인지한 사건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끝없는 의혹 탓에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건희특검이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의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5일 국가교육위원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장소는 정부서울청사 내 국가교육위원회.(사진=뉴시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특검은 지난 5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의 매관매직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김씨에게 10돈짜리 금거북이와 함께 편지 등을 건네며 인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금거북이 대가로 국가교육위원장에 임명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친일 인사 옹호 등 이념 편향적 역사관에 대해 비판이 잇따랐지만, 윤석열씨는 이 위원장을 2022년 9월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건희특검은 김씨와 관련해 특검법에 적시된 16가지 수사대상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지만, 수사를 할수록 인지하는 사건이 끝없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검이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씨 일가에 대해 들여다보다가 고가의 물품들을 발견해 매관매직 의혹까지 번지는 상황입니다. 이 위원장의 금거북이 역시 특검이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씨 일가에 대해 들여다보다가 모친 최은순씨의 요양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됐습니다.
특검이 양평 공흥지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하다가 입수한 고가 물품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김씨 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집을 수색하던 중엔 이우환 화백 그림도 찾았습니다. 특검은 1억원 상당의 이 화백 그림의 구매자를 김상민 전 검사로 특정한 상태입니다. 김 전 검사는 김씨 공천개입 의혹에 연루된 인물입니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1월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때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김검희씨는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불출마 종용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김 전 검사는 총선 경선에서 탈락했는데, 4개월쯤 지난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임명됩니다. 특검은 이 화백의 그림을 받은 김씨가 김 전 검사의 공천에 개입하고, 추후 공직 임명까지 이어졌을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특검은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와 김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를 동시에 소환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특검이 인지하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과 기간에 따라 '수사력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 특검이 공을 들였던 집사게이트 의혹과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IMS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이뤄진 집사게이트 의혹은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수사가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앞서 지난 3일 법원은 조 대표와 모재용 IMS모빌리티 경영지원실 이사, 민경민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구속 필요성이나 도주, 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입니다. 특검이 관련인들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IMS모빌티에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수사동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사게이트 의혹 키맨으로 구속 기소된 김예성씨의 공소장에도 김씨 혐의와 김씨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소장에 김예성씨와 조 대표 등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는 적시됐지만, 여기에 김씨의 범죄사실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김예성씨가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받았다는 의혹을 특검이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건 역시, 특검은 국민의힘이 연루됐다고 판단했지만 당사 압수수색을 실패하는 등 한계를 보였습니다. 특검은 김씨가 대선 때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원한 사실을 인지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고가의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씨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김씨가 전씨와 공모해 대통령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총 3회 걸쳐 합계 8239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특검은 이 부분과 관련해 김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알선수재)를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통일교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금품 등을 제공해 20대 대선을 지원했음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씨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권 의원을 밀기 위해 통일교 측에 '집단 입당'을 요청한 당사자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방안을 전씨와 논의했음이 윤 전 본부장 공소장에 담긴 겁니다. 그러나 특검은 당원 명부 관련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결국 성과 없이 물러났습니다.
이에 김건희특검의 수사 범위·인력·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여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보완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중 특검이 인지하게 되는 의혹이나 정황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