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상법 개정 추진과 산업재해(산재) 근절 기조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특히 상법과 산재와 관련 세간의 지적을 거론하고 이를 반박하면서 당위성 설명에 힘을 쏟았습니다. 재계는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가운데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 유연성을 당부했습니다. 노동계는 산재와 관련 노동자 참여 부재를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 추진과 산재 근절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재차 드러냈습니다. 먼저 상법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은 그간 재계 안팎에서 거론돼온 ‘기업 옥죄기’ 비판을 반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 문제 가지고 뭐 기업을 옥죄느니 이런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부당한 악덕 기업, 경영진 일부, 지배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이 대부분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나. (상법 개정을) 그분들은 좋아하는데 그게 어떻게 기업을 옥죄는 건가”라며 “기업의 부당한 일부 지배주주를 옥죄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이 다수의 주주들에게 도움을 주고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아봐야 20~30%의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압도적으로 힘이 세고 영향력도 큰데 그들이 하는 말이 마치 국민 여론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며 “그런 걸 잘 가려 보고 모두가 이익이 되고 기업이 정상화되고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게 상법을 개정해서 경영 풍토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승계 또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물적분할을 콕 집어 “장난치거나 이런 것을 못 하게 해야 주가가 정상화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1, 2차 상법 개정을 넘어 3차 이상의 상법 개정 추진 의사도 드러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경영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해야 하고 아직도 많이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센 상법, 이런 얘기를 하던데 그게 마치 나쁜 뉘앙스를 가지고 있지만, 더 세게 회사의 주주를 보호하고 기업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고 기업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계는 이번 기자회견에서의 이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1, 2차 상법 개정 등을 두고 ‘속도 조절’ 등 수차례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추가 개정을 시사하며 강행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계의 얘기를 듣는다고는 했지만 받아들여주지 않았는데, 이미 명확하게 답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 같아 절망스럽다”며 “추후 의견을 낸다고 해도 저항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이미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왔던 것을 실천하려는 것 같고 확고한 신념이 있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만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다만 법을 실행해보고 부작용이 표면화했을 때 이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유연성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산재 문제와 관련 세간의 지적도 반박하며 확고한 근절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산재 사고를 가지고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째냐’면서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모든 사망사고를 다 보고받고 있는데, 조금만 신경썼으면 안 죽었을 사고가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심히 들여다보면 명백한 사용자 과실”이라며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일하다 또 떨어지고 죽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산재 사고 관련 처벌이 약하다고 거론하면서 “사용자들이 신경을 별로 안 쓰는 것으로 그러니까 (산재가) 계속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산재 근절 언급에 재계에서는 당혹감이 역력합니다. 산재 사고, 특히 안전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안전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지만 기업 처벌 강화와 관련한 언급에는 속앓이만 하는 분위기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산재 사고가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예방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휴먼 에러’도 분명히 있다”면서 “이런 휴먼 에러까지 기업 전체에 부담이 지워지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게 봐야 될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노동계는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성명을 내고 노동자 참여가 없는 안전과 제도 개선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산업재해와 안전 문제를 국무회의 의제로 올리며 ‘노동안전’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현장의 노동자가 제도 개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미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에서 ‘노동자 참여 없는 안전 대책’은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면서 “정책을 집행하고 현장을 운영하는 주체는 결국 노동자이며, 노동 없는 제도 개선을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고 촉구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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