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서 발견된 돈뭉치의 관봉권 띠지·스티커 분실 문제가 일파만파인 가운데 서울남부지검 압수계에서 전씨의 돈뭉치에서 돈을 셀 때만 해도 관봉권의 띠지·스티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이 관봉권 띠지·스티커 분실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라고 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축소하고자 의도적으로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8월2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기록에 따르면,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17일 오전 7시54분부터 9시13분까지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현금 5만원권 묶음 3300장을 확보했습니다. 이어 당일 오후 3시50분쯤 남부지검 사건과 압수계에선 전씨와 변호인이 참석한 상태에서 돈을 세 3300매가 맞는지 재차 확인했습니다. 남부지검 수사 기록엔 전씨가 자필로 작성한 "압수 현장에서 압수한 오만원권 삼천삼백매입 상당을 확인하였음…(중략)…검찰청에서 확인 결과 오만원권 삼천삼백매입을 확인하였음"이라는 확인서, 전씨 서명도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전씨가 확인서를 쓰는 사진도 촬영, 수사 기록에 사진까지 첨부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진을 보면, 확인서를 쓰는 전씨의 양옆으로 돈을 세는 기계인 '계수기'(사진 아래)와 관봉권으로 보이는 돈(사진 중간)이 포착됐습니다. 남부지검은 그간 관봉권 띠지·스티커 분실과 관련해 실무 직원들이 관봉권을 세는 과정에서 이를 분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남부지검 해명과는 달리 수사 기록엔 '돈을 센 이후' 전씨가 확인서를 쓸 때 관봉권의 띠지·스티커가 함께 찍혀 있는 사진이 편철돼 있었던 겁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수사 기록 중 일부. 사진 왼쪽은 자택 압수수색 이후 확인서를 쓰는 전성배씨 모습. 사진 오른쪽은 전씨가 작성한 확인서.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건욱 전 남부지검 부장검사(현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은 "(검사가) 원형 보존 지시를 했다고 보고 받았다"며 "(검사들이) 띠지 스티커를 훼손해 증거 인멸하라는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담당 검사는 1월5일 전씨를 조사할 때 관봉권 사진을 제시, "그 중 5000만원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 유통한 형태 그대로인데, 어디서 난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전씨가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하자 검사는 "그 형태가 특이하고, 은행 지점에서는 이와 같은 형태로는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언제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 기억을 할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느냐"라고 했습니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에서 새 지폐를 비닐에 밀봉한 채 시중은행에 지급하는 돈다발입니다. 국가 예산을 쓰는 정부기관 등에 나갑니다. 때문에 당시 검사는 전씨에게 '형태가 특이하다'고 물은 겁니다. 전씨는 조사에서 '관봉권을 누가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계속 답했지만, 검사가 관봉권 원형 보존을 지시하고 전씨에게 관련한 질문을 거푸 했다는 건 검찰 스스로도 관봉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검찰은 압수물에 대한 엄격한 수리·처분을 위해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까지 만들었습니다. 사무규칙 11조에 따르면, 압수물 담당 직원은 통화·외국환 또는 유가증권인 압수물에 관해 압수물 수리명령 및 확인인을 받을 때에는 검사로부터 원형 보존의 필요 유무에 관한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원형 보존이 필요없다는 내용의 지휘를 받은 때에는 압수표에 그 뜻을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즉 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스티커 분실은 압수물 관리에 대한 기본적 절차도 지키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탓에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말단 수사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이에 국회 법사위는 오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를 개최합니다. 채택된 증인 22명, 참고인 4명 대부분은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입니다. 남부지검의 김모 수사관, 남모 수사관을 비롯해 당시 남부지검 지휘부였던 신응석 전 지검장, 이희동 전 1차장검사, 박건욱 전 부장검사 등도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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