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한국 경제 성장세가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반등할 것이라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새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등 정책 효과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를 벗어나 1%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예상보다 난항을 겪고 장기전까지 대비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미국이 다시 한국에 대해 고율의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은 물론, 기업의 설비투자까지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적극적 재정정책에…성장률 '상향 조정'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1.0%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다본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눈높이 0.9%보다 높습니다. 골드만삭스와 UBS는 8곳의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은 1.2%로 내다보고 있고, 바클레이스는 1.1%, 뱅크오브아메리카·노무라는 각각 1.0%로 전망합니다. 특히 IB 가운데 처음으로 0%대 성장률을 전망했던 JP모건은 지난 6월까지 0.5%를 유지하다가 7월 0.7%, 최근에는 0.8%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국내 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세를 점차 높이는 분위기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경제주평'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0%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 0.7%보다 0.3%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2%포인트 끌어올린 1.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눈높이를 높인 것은 올 하반기 새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경제 심리 회복이 주효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111.4로, 지난 2018년 1월(111.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액도 8월 초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6% 상승하는 등 내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수출도 현재까진 생각보다 양호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뒷받침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경제 심리 회복으로 경기 전환의 모멘텀이 만들어졌다"며 "내수 부문 성장세가 반등하면서 경제가 정상 수준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훈식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한·미 관세 협상 '기싸움'에…급제동 걸린 성장세
문제는 미국의 관세정책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여전히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힙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까지도 대미 투자 협상 등을 놓고 양국의 이견이 지속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실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한미 무역 합의 후속 협의를 갖고 지난 14일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협상 성과에 대한 질문에 "양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사실상 미국과의 이견을 못 좁히며 '빈손 귀국'을 한 것입니다. 앞서 러트닉 장관은 한미 산업장관 회담 하루 전인 지난 11일 "한국은 관세를 내든지, 아니면 합의를 받아들이든지 양자택일"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세를 25%로 다시 높일 수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정부는 "아직 한미 간 간극이 큰 상황"이라며 "협상 데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통령실은 "시간에 쫓겨 국익을 해칠 합의안에는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협상 문제로 특정 국가와의 협상이 이렇게 장기간 교착 상태로 오래된 경험이 처음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시한에 쫓긴다고 해서 기업들이 크게 손해 볼 수 있는 일에 대통령이 사인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1%대 성장 전망도 낙관할 수 없습니다. 올 하반기 미국발 관세 인상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출 경기가 예상보다 더 침체할 경우 국내 주력 산업의 투자 절벽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로 교역이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0.45%포인트, 0.6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주 경제연구실장은 "일부 경제 부문에서 여전히 우려 위기 요인이 남아 있다"며 "올해 성장의 발목을 잡은 수출 부문은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상반기까지는 대미 수출 감소와 연관 품목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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