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자사주+고배당 ETF 등장…효과 있을까?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매입 감소하면 어쩌나
고려아연 비중 1위…왜 샀는지 다 아는데
두 종목 빼면 고배당주 ETF 판박이…차별점 있나?
2025-09-17 06:00:00 2025-09-17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실현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자사주 매입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신상품이 상장했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이 선보인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가 그 주인공입니다. 배당에 자사주 매입도 함께 반영해 투자 종목을 선별하는 상품인데요. 기존 고배당주 ETF와 차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자사주 매입 감소하는데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화자산운용의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가 상장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강세로 출발했으나 장중 상승폭을 줄인 끝에 5원 오른 1만18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는 편입 종목 선별 시 기존의 고배당 팩터 외에 자사주 매입을 추가한 것이 특징입니다. 구체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인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매입률을 편입 종목 선별 기준에 함께 적용, 주주환원의 판별 기준을 배당에서 자사주로 넓힌 ETF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화두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집중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핵심적인 종목 선별 기준으로 공식 적용한 첫 ETF인 셈입니다. 
 
다만 이 같은 투자 기준이 앞으로도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도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는 지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사주를 매입해 보유하는 것과, 소각이 예정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과거 이력에 기반해 자사주 매입에 우호적인 기업을 ETF에 담을 경우, 투자자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자사주 많이 사면 무조건 오케이?
 
편입 종목의 면면에서도 자사주 매입이란 특성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는 유동성 조건을 충족하는 시가총액 500개 기업 중에서 예상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매입률을 합산해 상위 30개 종목을 편입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 중 자사주 매입률은 최근 1년간의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금액을 기준으로 산출합니다. 즉 과거의 자사주 매입 기업이 후보에 포함됩니다. 
 
이렇게 선별한 30개 기업을 비교적 고른 비중으로 배분해 편입했습니다. 종목 간 비중 차이는 크지 않지만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펀드 자산의 4% 이상 담았습니다. 이 중 편입 비중 1위가 고려아연입니다. 최근 1년 내 자사주를 많이 취득해 소각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의 배경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려아연 경영진은 현재 MBK파트너스, 영풍 연합군과 경영권 분쟁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몇 가지 무리수를 뒀는데 그 중 하나가 자사주 공개매수였습니다. 겉으론 주주환원이었지만 내용은 경영권 방어용이었고, 이를 위해 대규모 부채를 조달하는 바람에 낮게 유지되던 부채비율이 급등했고 금융비용이 급증해 주주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이때 사들인 자사주 204만주는 세 차례에 걸쳐 68만주씩 소각 중입니다. 지난 6월과 지난주에 각각 68만주씩 소각했으며 오는 12월 남은 68만주를 소각할 예정입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큰 빚을 졌는데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사실 때문에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의 1위 종목이 된 것입니다. 오랜 기간 주주환원에 진심이던 다른 종목들을 제치고 고려아연에 가장 큰 비중을 실은 것을 과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행히 편입 비중 2위 종목은 성격이 다릅니다. 지난 3월31일 휠라홀딩스에서 사명을 변경한 미스토홀딩스입니다. 휠라(FILA) 브랜드의 국내외 사업과 글로벌 라이선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미국의 골프웨어, 골프용품 브랜드를 거느린 뉴욕증시의 아쿠쉬네트(종목기호 GOLF)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미스토홀딩스의 연결실적 상당액은 아쿠쉬네트에서 나옵니다. 
 
미스토홀딩스는 매년 꾸준한 이익을 올리며 재무구조도 탄탄하지만 배당수익률은 높지 않습니다. 대신 자사주 매입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스토홀딩스는 6월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129만주, 총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습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2.7%에 해당합니다. 이번에 매수한 주식까지 더해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는 총 496만주, 지분율 8.26%에 달합니다. 이와 별도로 151만주(2.52%) 자사주신탁도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 후 갖고 있던 자사주도 팔아치울 궁리를 하는데 미스토홀딩스는 추가 매입했으니 주주환원에 진심인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면 1주당 가치는 10% 정도 상승할 전망입니다. 
 
둘 빼면 고배당주 ETF 판박이
 
고려아연과 미스토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금융주를 비롯해 현대차, 기아, 두산밥캣, SK텔레콤 등 고배당주로 익숙한 종목들이 대부분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의 스테디셀러 ETF 종목인 PLUS 고배당주와 주요 투자 종목들이 겹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국 주가 흐름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에 비해 총보수율은 0.3%로 PLUS 고배당주보다 높습니다. 
 
최근 고려아연은 주가 상승세로 100만원을 돌파했는데요.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 ETF가 상장 후 고려아연 덕을 볼지 도리어 해가 될지 주목됩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아 내년 3월 정기주총의 주주명부를 확정지을 연말로 갈수록 주목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처럼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치솟을 경우 PLU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도 반사이익을 얻겠지만 1위 편입 종목의 변동성이 크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습니다.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는 이같은 논란거리를 안고 출발했지만 상장 첫날 500만주 가까이 거래가 이뤄지는 등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슈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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