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없다…독도부터 신사 참배까지 '화약고'
일본 내 대표적 '우익 인사'…이 대통령 '실용외교' 시험대
2025-10-21 17:34:37 2025-10-21 18:12:08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의 선출로 한·일 관계가 다시 긴장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우익 성향'이 한·일 관계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양국 갈등이 과거사·독도 영유권·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점철, '화약고'로 점화될 수 있는 겁니다. 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일 관계 새 국면…변곡점 발생 우려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 선출에 따라 한·일 관계가 새 국면을 맞을 예정입니다. 특히 지난 1998년 발표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인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한·일 양국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일정 수준 합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지난 1995년 일본 81대 총리인 무라야마 도미이치 담화에선 최초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담겼습니다.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는 최초로 한·일 병합이 당시 조선인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는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전 총리도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이시바 전 총리와 정상회담 당시 "서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고 협력할 분야도 참 많지만 한편으로 너무 가깝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가끔은 발생한다"며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해결하고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협력하자"고 밝혔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공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후 양국 공동발표문에서 관련 입장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일본 정치권 내 우경화와 역사 인식 후퇴로, 그 정신은 점점 퇴색해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은 이런 흐름에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는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내에서도 대표적 '극우 인사'로 분류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994년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당시 과거 침략 행위에 대한 사죄를 공식화한 담화를 비난한 바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당시)이 지난해 8월15일 일본 패전일인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역사수정주의 계승…'셔틀 외교 퇴색' 관측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일제 강제 동원 노동자' 문제 등 한국과 일본 사이 과거사 문제에서 우익 성향의 역사관을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만큼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역사수정주의 노선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평소 발언에서도 한국에 대한 강경한 외교관을 드러내왔습니다. 지난 2022년 극우 단체가 개최한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 심포지엄'에선 "일본이 어정쩡한 태도로 대하니 상대가 기어오른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특히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꾸준히 참배해온 인물입니다. 지난 2023년 기시다 후미오 내각 각료 시절엔 패전일과 봄·가을 예대제(제사)에 정기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왔습니다. 다만 이번 추계 예대제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도 문제적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서 "내각 장관이 당당하게 참석해야 한다"며 "(한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일본정부는 2013년부터 차관급 정무관을 해당 행사에 보내왔는데요. 다카이치 총리는 행사 참석자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발언과 행보가 다카이치 총리를 일본 내 강경 보수주의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향후 행보에 따라 앞서 복원된 한·일 '셔틀 외교'와 '미래 지향적 협력' 등도 새롭게 바뀔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당분간 다카이치 총리가 관리 차원에서 관련 행보를 자제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하지만 임기 중반 이후 극우 행보가 현실화될 경우, 한·일 양국 관계도 냉각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일 관계의 균형을 가늠할 첫 무대는 이달 말 개최되는 경주 APEC 정상회의입니다.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도 다시 분수령을 맞을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회담할 가능성 큰데요. 이번 한·일 정상 간 담판에선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에 대해 별도 언급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양국 입장도 당분간 평행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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