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유지웅 기자]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 타결이 가시권에 접어들었습니다. 양국 간 입장 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지만 대미 현금 투자 비중, 분할 투자 기간, 투자처 선정 기준 등이 막판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원자력협정 개정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도 양국의 협상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22일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관세율 인하를 대가로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의 핵심 쟁점은 '현금 투자 비중'과 '분할 투자 기간'입니다. 협상 수준에 따라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인하뿐 아니라 안보 분야 합의까지 한 번에 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①대미 투자 현금 비율
관세 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의 현금 투자 비중은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불안정성 우려를 미국이 이해하면서 일부 진전을 이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양국의 의견 차가 존재합니다. 미국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직접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이 현금 투자 비중을 5% 내외로 책정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은 현금 투자 비중을 5%보다 훨씬 높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대미 현금 투자 비중은 분할 투자 기간과도 연동돼 있습니다. 장기 분할 투자가 이뤄지면 한국으로서는 외환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이 10년 안팎의 장기 분할 투자를 수용한다면 한국은 현금 투자 비중을 5% 내외 수준보다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난색을 보였던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는 핵심 의제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중앙은행끼리 자국 통화를 약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와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②분할 및 투자처 선정
대미 투자 기간을 어느 정도 분산시켜야 할지 여부도 쟁점입니다. 한국 정부는 10년가량 분할 투자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0% 선불을 주장했던 미국도 분할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한국의 입장을 일부 수용했지만, 분할 투자를 수용한 데 따른 추가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미 투자에 따른 수익 배분 역시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입니다. 미국은 투자 수익을 미국이 90%, 한국이 10%로 나누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에선 수익 비중을 좀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투자처 선정 방식도 기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 정부가 투자처 선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 방침에 맞서 한국은 정부와 기업의 '관여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산업에 투자할지 한국 쪽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일방적인 투자처 선정을 막기 위해 '상업적 합리성'을 근거로 투자처 선정 과정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선 공동선언, 후 MOU
관세 협상 합의에 대한 공동선언과 양해각서(MOU) 체결 시점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양국은 관세 협상의 합의를 공동 문서로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설명 자료)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국과도 공정한 협정을 했다"며 이미 한국과의 통상 합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결과 문서 발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팩트시트보다 정치적 의미가 큰 외교 문서로는 '공동선언'이나 양국 정부 각료가 서명한 'MOU' 등이 있는데, 오는 29일 정상회담 전까지 쟁점을 다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먼저 공동선언문을 먼저 발표한 후 추가로 남은 쟁점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MOU 체결까진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④한·미 원자력협정
관세 인하·대미 투자 합의 외에도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추가 구매를, 미국은 한국이 원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해 주는 안보 합의를 추가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도 주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특히 미국산 대두의 추가 수입이 논의될 전망인데요.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도 협상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자, 미국은 대체 시장 확보에 나선 상황입니다. 관세 합의 외에 안보 합의도 추가로 발표할 수도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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