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갈놈갈’이냐 1년 후냐…‘사천피’ 선택의 갈림길
유동성 장세, 주도주로 계속 간다
자동차·이차전지 상승…주도주 확장인가 순환매인가
에너지화학 턴어라운드 기다리며 선매수
2025-10-29 06:00:00 2025-10-29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4000선 돌파에 힘을 쏟은 코스피가 쉬어가는 동안 투자자들은 현재 주도주에 계속 올라탈지 말을 바꿔탈지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사천피에 대한 부담이 클수록, 반도체의 단기 상승폭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투자자일수록 그렇습니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이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1년 앞을 내다보고 내년에 돌아설 업종 중에서 투자 후보를 고르는 모습입니다. 
 
대형 변수 앞두고 ‘4000’ 등정 
 
사천피 달성에 성공한 주식시장이 한숨 돌리며 열기를 식히는 사이 개인들은 모처럼 대규모 순매수로 추가 상승의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오는 31일 경주 APEC정상회의가 개막하기 전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이 만나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주식 매수를 부추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 전인 29일엔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됩니다. 다른 한편으론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회복이 있습니다. 증시 전문가들 또한 주도주 중심의 추가 상승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미중 합의 결렬, 대미 관세 합의 실패, 북미 대화 가능성, 우리 시각으로 30일 새벽에 전해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발표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증시 변동성도 당분간 확대될 전망입니다. 
 
또한 APEC 일정이 마무리되면 내달부터 여러 경제단체와 연구기관, 금융기관들이 2026년 경제와 기업 실적, 증시 전망 등을 발표하는 시즌이 돌아오는데요. 일단 지난 1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전망치보다 조금 낮았습니다. 그 외 다수 기관들의 전망이 긍정적이라면 5000선을 향한 진군에 힘이 실리겠지만 APEC 성과나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 주를 이룰 경우엔 오히려 4000선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던진 관세 폭탄에 맞아 코스피는 2300선이 무너졌고 바로 그 시점부터 반등이 시작된 것이 지난 4월 초순입니다. 이후 상승세가 이어져 반년 만에 4000선을 넘었습니다. 그사이 별다른 하락 조정 기간이 없었기에 그만큼 하락 에너지도 쌓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이번 상승이 조선·방산·원전, 이른바 ‘조방원’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대장주 등 소수 종목이 주도한 결과이기에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에도 걱정이 따랐습니다. 주도주에 속하지 못한 종목들 보유한 투자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물론 주도주 보유자들 또한 언제 호랑이 등에서 내려야 할지 몰라 고민이 큰 상황입니다. 
 
LG화학 여수 NCC 시설. (사진=LG화학)
 
주도주 여전해…주도 영역 확장?
 
이 같은 상황은 내년 증시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신규 매수 및 추가 매수 대기자들에게도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계속해서 주도주에 힘을 실어야 할지 많이 오른 주도주 대신 1년 후를 대비해 아직 오르지 못한 다른 섹터에서 선택해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짧게는 하루 이틀, 길어야 한 달 넘지 않게 보유했다가 차익 내길 원하는 투자자들은 주도주 영역에서 매매 후보를 찾는 것이 맞겠지만,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내다보고 주식을 매수하는 긴 호흡의 투자자들은 더욱 고민이 깊습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아직 주도주에 무게가 실려 있는 모습입니다. 매크로 환경이 주도주 추가 상승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주 FOMC에서 25bp 금리인하와 양적긴축(QT) 종료가 예상된다”며 “유동성 확대 기대심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유동성 확대와 반도체 사이클 확장세가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되는 주도주를 사야 한다”면서 “사천피를 넘어 오천피를 향한 여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도주의 확대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반도체, ‘조방원’에 자동차·이차전지, 증권 등이 올라탈 분위기입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이차전지, 자동차, 전력기기, 증권 등에 걸쳐 업종 전반의 상승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이 이달 들어 강하게 상승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상승이 주도주의 확장인지 순환매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지수의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급락이 아닌 이상 순환매가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 업종·섹터별 키 맞추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이차전지에 이어 일부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동반 상승, 순환매 조짐을 보였습니다. 기업분할을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이달 들어 확연한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이들의 상승 전환이 주도주의 확장인지 순환매의 시작인지는 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업황 바닥인데 주가 반등 시작 
 
주도주에 올라탈지 말지를 고민할 필요 없이 마음 편히 1년쯤 뒤를 준비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추가 상승한들 반도체로 얼마나 더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반도체를 대신해 전면에 나설 주도주가 누구인지 맞히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차라리 내년에 돌아설 종목을 잡자는 논리입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업종은 에너지화학입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높지 않은 가운데에도 정제마진을 쌓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적자에 시달렸으나 3분기엔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효과에 겨울을 앞두고 재고 확보 수요가 늘어 정제마진이 회복됐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과 미국 캘리포니아 셰브론 공장 화재 등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었습니다. 
 
나프타 공급 과잉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을 앞둔 NCC 업계도 아직 고난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지만 주가는 한발 먼저 반응하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여천NCC, S-Oil 등이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으나 이들의 주가는 바닥을 딛고 돌아선 모습입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 4월 5만4900원까지 하락했다가 조금씩 저점을 높여 지난 24일 7만6900원을 기록했습니다. 저점 대비 꽤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주가는 무려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가격대라는 점에서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 대표 종목들도 주류에서 벗어나 투자자들 관심 밖에 있지만 조금씩 저점을 높이고 있으며 중소형 제약사들은 시장 상승과는 상관없다는 듯 저평가 영역에서 횡보 중입니다. 이 밖에도 원유(WTI)선물이 60달러를 오가며 장기간 안정돼 있고,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선물가격 또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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