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가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입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곳인데요.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이 참혹한 역사를 기억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의 위령 시설을 조성하고, 과거사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과거사치유재단법안을 '이달의 좋은법'으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6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는 이달의 좋은법에 선정된 과거사치유재단법안을 대표발의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출연해 법안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장 의원은 "대전 동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 전 국민에게 민간인 학살이라는 이 참혹한 역사를 알리고, 함께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해 발의했다"며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우리가 증명했듯이 우리 과거사를 치유하는 역사적 회복력을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장 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과거사치유재단법은 대전 산내를 본부로 둔 과거사치유재단 설립이 주요 내용입니다. 재단은 국가 차원의 통합 기구로서 △피해자에 대한 위령 사업 △진상조사 지원 △진상규명 관련 문화·학술·교육 활동을 수행하도록 해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과 인권 신장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과거사치유재단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현행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치유와 지원을 전담할 기구가 설립되게 돼 있지만, 실제 설립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과거사치유재단법이 발의됐습니다. 앞서 지난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 단위의 위령 시설 건립을 권고해 골령골 부지가 선정됐으나, 지연을 거듭하다 내년에서야 산내평화공원 착공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사치유재단법안은 다른 과거사 사건 법안과 달리 재단 설립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다른 과거사 사건의 경우, 제주 4·3 특별법과 같이 사건별로 개별 특별법을 마련해 왔는데요. 장 의원은 "골령골에 있는 유골은 마구 뒤섞여 있어 유골의 DNA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며 "대구형무소로 끌려간 제주 4·3 희생자의 유골도 발견되기 때문에 위치만 대전광역시일 뿐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사건의 특별법과 다른 형태의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장 의원은 과거사치유재단법안에 대해 각별한 사명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골령골 사업이나 산내평화공원 조성은 유권자들 입장에서 그다지 선호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다음 세대까지도 우리 삶의 기록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의원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충청권 금융지원 체계 구축…청년 인구 이탈 줄인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왼쪽)이 지난 6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과거사치유재단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장 의원은 청년 인구의 지역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청권산업투자공사 설립 법안'도 대표발의했습니다. 장 의원에 따르면 대전 동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으로, 인구가 1993년 약 33만명에서 현재 약 22만명으로 줄었습니다. 대전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장 의원은 "청년들이 수도권보다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면서 "꼭 충청권에만 국한된 발상이 아니라 각 지역에 맞게 지역 산업의 컨트롤타워를 세워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정책을 발전시키고 다른 지역과도 상호작용 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경제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충청권산업투자공사설립법은 충청권산업투자공사 설립과 충청권산업혁신기금 설치가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맞춤형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하면 충청권 소재 기업들이 자금 조달과 투자 유치가 원활해져 국가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란 구상입니다.
장 의원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산업정책에서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산업정책적 비전을 고려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장 의원은 내년 광역단체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는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많다"며 "40대인 80년대생조차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지만,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임혜자 뉴스토마토 K-정책연구소 수석부소장은 "과거를 외면하면 미래는 같은 상처를 반복하기 때문에 기억은 단지 추모가 아니라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약속"이라며 "대한민국이 더 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과거를 살펴보고 역사를 성찰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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