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새만금 9조원에 이어 영남권 42조원까지 투자하며, 로봇과 우주 산업을 앞세워 국내 동서를 잇는 첨단 산업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서남권인 새만금은 로봇·인공지능(AI)·수소를, 동남권인 영남권은 미래차·우주항공을 각각 축으로 삼으면서, 완성차 제조에 집중돼 있던 현대차그룹의 사업 구조가 지역 단위로 다각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싸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향후 10년간 영남권에 4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정부 부처 및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등 지방자치단체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태인 영남권에 대체 불가능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투자가 갖는 의미는 지역적 위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발표된 새만금 프로젝트가 국토 서남단을 로봇·AI·수소 기반 미래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 영남권 투자는 국토 동남단을 자율주행과 우주항공 산업의 거점으로 키우는 성격입니다.
두 프로젝트가 국내 125조2000억원 중장기 투자 계획의 서로 다른 축을 담당하면서, 결과적으로 한반도 서쪽과 동쪽 끝을 첨단산업으로 연결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완성차 생산과 부품 제조에 편중돼 있던 기존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로봇과 우주항공, 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사업 다각화를 지역별로 분산 배치하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새만금에는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제조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함께 조성돼, 생산 현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로봇 학습에 다시 활용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이번 투자는 상징성이 큽니다. 현대차그룹의 모태 격인 울산은 기존 완성차 생산기지에서 자율주행 레벨4 이상의 AI 기반 차량(AI DV)을 만드는 AI 제조 허브로 전환됩니다. 대구와 창원 등 인근 지역은 배터리와 모터·제어기, 열관리시스템 등 핵심 부품 생산기지로 재편되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계열사들의 생산라인이 이 지역에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장재훈 부회장이 지난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 산업에서 축적된 제조 역량이 로보틱스와 우주항공, 에너지 산업으로 옮겨가는 구조로, 완성차 기업에서 종합 모빌리티·첨단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이 지역 단위에서 실체를 갖추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우주항 분야로의 확장은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추진해 온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사업과 맞물려 있습니다. 자회사 슈퍼널이 영남권에서 차세대 기체를 병행 개발하고, 자동차와 로봇 개발 과정에서 쌓은 자율주행·AI 기술을 우주 발사체 엔진과 달 탐사 로버 개발로 확장하는 구상입니다.
완성차 제조사가 축적한 파워트레인·자율주행 기술을 항공과 우주 영역까지 이식하려는 시도로, 그룹의 사업 영역이 지상 모빌리티에서 항공·우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과 해상풍력, 수전해 플랜트 등 에너지 인프라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첨단 제조업 확장에 필요한 안정적 전력 공급을 스스로 확보하려는 계획도 함께 담겼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현대차그룹의 제조 역량을 미래 첨단산업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그룹의 성장 동력 강화 및 대체 불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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