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울-울릉 '1시간 하늘길' 눈앞…활주로 연장 갈등 '진통'
국내 최대 해상 매립 '울릉공항'…13만평 규모·8792억 투입
2028년 개항 목표…도서지역 최초 전국 '1일 생활권' 기대
활주로 안전성 문제 갈등…울릉 주민 "1500m 활주로 요구"
2025-11-10 12:00:00 2025-11-10 14:47:25
경상북도 울릉군 사동항 일대에 조성 중인 울릉공항 건설 현장. (사진=국토교통부 현장취재단)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인도네시아 발리를 7시간이면 가는데, 울릉도가 7시간이나 걸린다고요?" 
 
수백만 년 전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신비의 섬 '울릉도'를 가기 전, 한 지인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엄밀히 말하면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울릉군 사동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7시간일 뿐, 서울에서 포항까지의 고속철 이동 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9~10시간이 걸립니다. 천혜의 환경, 울릉도를 보려면 그 정도의 고생은 감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울릉도는 배로만 닿을 수 있는 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1시간 시대'가 열립니다. 2028년 울릉공항이 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김포에서 울릉도까지 단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든 손쉽게, 더이상 배를 타고 멀미로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하게 육지를 오갈 수 있는 그런 '1시간 생활권'의 울릉도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하늘길이 뚫리면 울릉도 생활 인프라와 접근성 향상은 물론,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울릉공항 개항까지 넘어야 할 산은 있습니다. 바로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둘러싼 주민 등과의 갈등입니다. 현재 활주로 연장을 원하는 여론이 큰 상황에서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울릉공항 주요 시설 현황. (사진=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
 
바다 메워 만든 활주로…공항 건설에 '케이슨' 최초 적용
 
지난 6일 찾은 울릉군 사동항 인근에는 울릉공항 건설이 한창이었습니다. 울릉군 사동항 일대에 43만455㎡(약 13만평) 규모로 들어설 울릉공항은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2015년 기본계획 고시와 2017년 기본설계에 이어 2019년 12월 시공사 선정(DL이앤씨 컨소시엄)을 마치고, 2020년 11월 첫 삽을 뜨며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10월 말 기준 공정률은 약 69%로, 오는 2026년 말 기준 공정률 85%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울릉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는 8792억원으로, 202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약 13만평 부지에는 1200m 길이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부대건물, 주차장 등의 랜드사이드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랜드사이드는 한국공항공사가 사업을 담당하며, 탑승 수속 자동화 시스템 도입, 건축물 에너지관리 시스템 및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등으로 친환경·스마트공항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울릉공항은 섬에 평지가 없어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국내 첫 해상공항입니다. 울릉도 남단에 솟은 해발 194m 가두봉을 절취해 얻은 흙으로 바다를 메우고, 높이 27.5m·무게 1만6000톤짜리 케이슨 30함을 거치해 활주로 부지를 만들 예정입니다. 케이슨은 바다에 가라앉혀 항만 안벽이나 방파제 등으로 사용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뜻합니다. 케이슨 1개의 최대 규모가 아파트 12층, 3개 동에 달하며 중량은 1만6000톤입니다. 안전한 공항 건설을 위해 200년 빈도 이상 파랑에도 견딜 수 있도록 활주로 높이는 23m, 울릉공항 부지 외곽의 방파호안 높이는 24m로 계획했습니다. 
 
울릉공항 완공 전후 주요 도시 이동 시간 비교. (사진=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
 
'1시간 하늘길' 경제적 파급 효과 ↑…'활주로 연장' 갈등의 불씨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이동 시간은 기존 7시간에서 1시간 내외로 크게 단축됩니다. 줄어드는 이동 시간만큼 울릉도 생활 인프라와 접근성도 향상돼 생활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응급환자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 주민 생명 보호와 인구 감소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항공 교통으로 인한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울릉공항 건설로 약 98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약 6900여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울릉공항 건설로 건설 관련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교통, 요식, 숙박, 유통을 비롯해 관광 등 울릉지역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울릉공항 개항까지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활주로 길이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울릉군과 일부 주민은 겨울철 돌풍과 짧은 착륙 거리로 인한 위험을 이유로 활주로를 1200m에서 1500m로 연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활주로 길이가 짧을수록 착륙 시 감속 구간이 줄어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울릉공항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현장 설명회에서 기자단을 만나 "울릉공항이 국내 최악의 항공 기상 환경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며 "강수와 강풍 일수 및 지역적 위험성이 높아 어느 공항보다 안전성 대비가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가두봉을 깎으면서 바람을 막는 기능이 사라져 난기류 가능성이 커지고 취항 예정 항공기(ATR-72)의 최적 조건 기준 이륙거리는 1315m로 현재 건설 중인 활주로 1200m를 초과한다"며 "활주로 길이를 1500m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습니다. 감사원은 "공항의 안전성이 종전보다 낮아졌다"며 "활주로 길이 연장 등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활주로 연장에 사업비가 더 들고 개항 시기도 늦어질 수 있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감사원 지적의 근거가 된 E190-E2 기종은 국내 운항 경험이 없으며, 도입을 검토하는 항공사 또한 없어 취항 계획에서 제외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도입이 예정 ATR72 기종으로는 안전 운항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활주로 연장 등은 추가 사업비만 대략 1조원 이상 들고 사업 기간도 3년 넘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고려 자체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며 "연구 용역은 물론, 울릉 취항 예정 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1200m 활주로에서의 무게 중량 제한 없이 이착륙 운항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이 지난 6일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진아 기자)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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