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 이사회가 사외이사 주도로 대표이사의 인사 권한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 개정을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문장급 경영임원과 법무실장에 대한 인사권을 이사회 승인 대상으로 포함한 것을 두고 윤석열정부 낙하산 인사를 보호하려는 장치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사회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한 김영섭 KT 대표의 개입을 배제하기 위해 경영투명성 강화와 권한 분산을 명분으로 규정을 바꾼 것이란 반박도 제기됩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 4일 회의에서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와 주요 조직개편을 추진할 때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기존 규정에 명시한 주요 조직의 설치·변경·폐지 시 이사회에 사전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폐지하고 주요 조직개편 시 사전보고가 아닌 사전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한 것입니다.
이사회가 부문장급 경영임원뿐 아니라 법무실장 인사도 이사회 의결 사항으로 포함하도록 개정한 대목을 두고, 일부에서는 이른바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이용복 현 KT 법무실장(부사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특별검사보를 지낸 이 실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지난 정권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힙니다. 특검에서 근무할 당시 이 실장은 윤석열 특검 팀장을 비롯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근무한 바 있습니다.
이용복 KT 법무실장. (사진=뉴스토마토)
아울러 부문장급 주요 경영임원 가운데는 윤석열정부 낙하산 인사로 지목되는 인물들이 상당합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정책특보를 지낸 임헌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이 대표적입니다.
전직 KT 이사회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권한을 이사회가 가로챈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부문장이 아닌 법무실장을 콕 찝어 이사회 인사권 명단에 넣은 것은 윤석열정권에서 구성된 사외이사들이 발벗고 나서 윤석열씨 측근을 보호해 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KT의 차기 대표이사를 뽑고 있는 이사회가 이권 카르텔을 구축해 허수아비 대표 체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앞서 지난해 말 KT 이사회는 8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 만료를 앞둔 4명(김성철·김용헌·곽우영·이승훈)이 모두 재선임되면서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며 이들의 적격성이 문제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사외이사들의 각자의 이권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것이 KT 안팎의 평가였습니다.
전직 KT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는 이미 비정상적인 집단이 돼 버렸다"며 "사외이사들끼리 뭉쳐 기득권을 형성하고 대표이사는 허수아비로 앉혀놓겠다는 건데, 이사회가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사회 권한 강화 움직임에 대해 노조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KT 새노조는 "해킹 사태 수습과 낙하산 논란 없는 새 대표이사 선임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앞둔 이사회가, 반성과 책임 없이 오히려 이사회 규정 개정으로 권한만 강화해 내부 카르텔 구축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낙하산 방지와 투명한 인사 원칙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경영 실패에 대한 사외이사 사퇴 등 책임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사회의 이번 의사 결정이 김영섭 대표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 4일 차기 대표이사 공모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만큼 이사회가 김영섭 대표의 경영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기 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입니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형성됐던 이사회지만 (김 대표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해당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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