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이 주거사다리를 끊는 등 실수요자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대해 "실수요자들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대출 규제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배경으로는 "일부 지역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주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보여 시장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12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서민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느끼실 수 있어 송구하지만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청년·신혼부부 정책모기지 대출은 기존 담보인정비율(LTV)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 일부 신규 대단지 청약이 현금 십수억원 이상 보유자만 참여 가능한 구조로 드러나는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 위원장은 부동산 대책을 주거사다리 단절로 인식하느냐는 질문에 "일부 지역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주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보여 시장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필요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대책의 핵심은 거래와 대출 규제"라며 "특히 고가주택 대출 한도를 상향 구간별로 제한한 조치가 포함됐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관련 부처와 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 맞춰 받아들이겠다"
이 위원장은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 해외 파견 직전에 강남 노후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 사실상의 투기를 통해 현재 5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 1타 강사 패러디'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보지는 못했지만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다"며 "2013년 해외 체류 중 전세를 놓고 나간 사안"이라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이어 "제 개인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그때도 말씀드린 대로 공직자 이억원에 대한 여러분들의 평가이고, 주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더 사력 있게 받아들이겠다"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이 위원장은 2013년 세종시 특공을 포기하고 강남 집을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저는 평생 1가구 1주택 원칙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저한테는 더 높은 도덕성과 더 높은 사회적 책임이 항상 있다는 걸 알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가계대출 현황을 두고는 "10월 자료 기준 전체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증가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6월 4조원에서 10월 1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신용대출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10월에는 약 1조원이 증가했다. 전달에는 0.6조원이 감소한 마이너스 추이였다"면서 현재 신용대출 증가가 가계부채 전체 증가를 견인하거나 금융 건전성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빚투'(빚내서 투자) 발언을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권 부위원장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리스크 관리 범위 내에서 책임 있는 투자가 중요하다는 원칙은 변함 없다"고 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놓고는 "국제적 흐름과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생산성과 부가가치 확대를 위한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며 "도입 초기 금융시장 영향과 안전장치를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대해선 "관계부처와 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연내 법안 제출 여부를 신중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감원 특사경 확대 요구에 "공권력 남용 종합 고려해야"
이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 추진에 대해 "필요성과 공권력 남용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인지 수사권 없는 특사경은 절름발이"라며 금융위에 입장 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롯데손보가 금융당국의 적기조치에 반발하며 법적 판단을 구하기로 한 데 대해선 "의견서 제출 여부는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며 "특별히 악화되거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를 두고서는 "회계 기준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면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 위원장은 롯데카드 등 금융사 해킹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연내 관련 법 개정안을 준비키로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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