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800조 ‘투자 보따리’ 면면 보니…반도체·AI·로봇 집중
관세 불확실성 걷히자 ‘대규모’ 투자 발표
투자 위축 우려 해소…첨단산업·지역 육성
과거 투자 계획 이행 ‘불투명’…“지켜봐야”
2025-11-17 15:57:57 2025-11-17 16:20:59
[뉴스토마토 배덕훈·표진수 기자] 한미 무역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최종 확정되자 4대 그룹을 비롯한 재계가 800조원이 넘는 대규모 국내 투자에 나섰습니다. 관세 협상 타결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됩니다. 특히 관세 불안으로 인해 현지 생산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글로벌에 집중했던 재계가 국내로 눈을 돌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관련해 투자 위축에 따른 산업 공동화 등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고 한국을 미래산업의 핵심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연합뉴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4대 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은 전날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 회의에서 향후 5년간 800조원이 넘는 국내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2030년까지 삼성은 450조원, 현대차는 1255000억원, LG100조원을 각각 투자하고, SK2028년까지 128조원의 자금을 국내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재계의 이번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대외 불확실성이 걷힌 가운데 발표됐습니다. 관세 부담으로 인해 대미 투자 및 해외 현지 생산 확대 등 그간 재계가 주력해 온 글로벌 투자가 결국 국내 투자 위축 등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의에서 국내 산업 투자가 축소될 것이란 일부 우려가 있지만, 그럴 일이 없도록 하겠다저희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또한 중소·벤처 기업과의 상생도 더욱 노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재계의 이번 대규모 투자에는 신수종사업인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중심의 국내 투자를 통해 한국의 미래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담겼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박에 따른 제조 경쟁력 확보 부담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거점 등 인프라와 생태계를 강화해 장기적인 입지를 다지겠다는 복안입니다. 여기에 수도권 외에 지역 중심 투자 집행과 일자리 창출 등의 계획을 통해 이재명정부가 중점으로 추진하는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기업들의 투자가 예정대로 이행이 된다면, 국내 미래산업 제조 인프라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예정된 대규모 고용 등을 통한 미래 인재 육성 등 국내 첨단산업 생태계 활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사진=뉴시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기업의 국내 투자는 내수 경제를 일으키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실질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재계가 그동안 해외 투자에 방점을 두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내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투자 물꼬를 튼 만큼 세부 이행 계획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미래산업·지역집중 투자
 
각 그룹별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먼저 450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인 삼성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를 증설할 방침입니다. 글로벌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 확대에 따른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새롭게 조성되는 5공장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으로 안정적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각종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 추진됩니다
 
또한 삼성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첨단산업·AI의 지방 투자를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삼성SDS는 전남과 경북 구미에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삼성SDI는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의 생산 거점을 울산 사업장에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달 초 인수를 완료한 플랙트그룹의 한국 진출을 위해 광주에 산업용 공조기 제조시설 건립을 검토 중이고,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은 각각 충남 아산, 부산의 생산 거점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SK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오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공정 첨단화, AI 인프라 구축 등 추가적인 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투자 범위, 시기를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입니다. 반도체 수요 및 업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최종 계획( 4)이 마무리 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총 투자 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현대차는 1255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입니다.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신사업 투자에 505000억원,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상 투자에 각각 385000억원, 36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특히 현대차는 국내 AI·로봇 산업 육성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로봇 완성품 제조 공장을 구축하고, 서남권에 1GW 규모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LG는 향후 5년간 100조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는 LG의 글로벌 총 투자 규모의 6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LG는 투자 계획 중 AI, 바이오, 클린테크와 같은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성장 분야에 국내 투자액의 60%를 투자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 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 이행 여부 신중론
 
다만, 학계에서는 기업들이 실제로 발표한 투자 계획을 이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윤석열정부 당시 대기업 11곳이 106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이행했는지 현재로선 확인이 어렵습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차의 로보틱스, SK의 반도체 공장 등 기업의 투자 발표 내용을 보면 국내 신사업 투자를 많이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면서도 하지만 앞선 정권에서도 임기 초반에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어느 정도까지 이행이 됐는지 불투명한 만큼 실제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표진수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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