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문제시된 '무임금 초과근무' 행태가 본점 부서에서도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 본점 부서에서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않거나 정식 승인 없이 근무를 이어가는 이른바 무임금 초과근무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영업점에 이어 본사 조직에서도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의 편법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초과근무를 하게 되면 보상으로 휴가가 주어지는데, 휴가를 제때 소진하지 못하면 부서장 등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 때문입니다. 본사 직원들은 업무량이 많아 연차조차 제때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상휴가까지 쌓일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무임금 초과근무에 내몰려 있다는 지적입니다.
'알트+탭'으로 PC기록 우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는 지난 23일 본부 부서 24곳을 대상으로 불시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해 초과근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가장 빈번하게 활용된 방식은 이른바 '알트+탭(Alt+Tab)' 수법입니다. PC 사용 시간이 자동 기록되는 구조에서 직원이 기존 윈도우 계정에서 로그아웃한 뒤 다른 사용자 계정으로 전환해 업무를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키보드의 'Alt' 키를 누른 상태에서 'Tab' 키를 누르면 현재 열려 있는 창이나 사용자 화면이 다른 창으로 즉시 전환됩니다. 이를 활용하면 작업 중인 화면을 빠르게 전환하거나 다른 계정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어 겉으로는 기존 계정의 활동이 종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PC에서 업무가 계속되는 구조라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해당 방법을 사용하면 시스템상으로는 기존 계정 사용이 종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PC에서 업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노조는 키보드 입력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마우스 조작만으로 계정을 전환해 접속을 유지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율출퇴근제 시스템의 등록 시간을 반복 수정해 PC 사용 가능 시간을 늘리는 방식도 포착됐습니다. 근무 종료 시점을 조정하면 시스템상 제약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밖에도 초과근무로 발생한 보상휴가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정상 퇴근 직전에 등록해 서류상으로만 소진 처리하는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실질적인 휴식 없이 기록만 정리하는 형식적인 소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업무는 많은데 승인 문턱은 높아"
노조는 이러한 편법의 배경으로 업무 과중과 승인 부담 구조를 지목했습니다. 앞서 노조는 영업점에서도 시간외근무 시간이 늘어날수록 지점장 평가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현장에 형성돼 초과근무 등록을 회피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초과근무는 이뤄졌지만 승인 절차를 밟지 않거나 아예 등록 자체를 하지 않아 수당을 받지 못하는 구조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번 본점 사례 역시 평가와 승인 구조에 대한 부담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조는 본점의 경우 프로젝트·보고·내부 결재 업무가 집중돼 상시적 초과근무가 발생하는 구조인데 초과근무 8시간당 1일의 보상휴가를 사용하도록 한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과거에는 초과근무로 발생한 보상휴가 사용률이 관리자 평가에 일정 부분 반영되는 구조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용률이 낮을 경우 본부장이나 부서장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현장에 형성됐습니다. 현재는 직접적인 평가 연동은 없다는 안내를 하고 있지만 전산상 보상휴가 사용률 지표가 여전히 노출되고 있어 실제 평가에 반영되는지 여부를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노조는 이러한 구조적 인식이 초과근무 등록 자체를 회피하는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연차 사용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휴가까지 소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 결과 아예 초과근무 등록을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더라도 전산상 보상휴가 사용률이 노출되는 한 현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도 취지와 실제 체감 사이의 괴리가 편법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는 또 사측이 '초과근무 승인이 수월해지면 불필요한 야근 문화가 조성된다'는 논리로 승인 절차 간소화 요구를 반대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야근이 아니라 필요한 야근이 불법 형태로 이뤄지는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특히 전산상 보상휴가 사용률 지표가 여전히 표시되고 있어 실제로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지 현장에서 확신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했습니다.
노조는 상반기 중 전 지점을 대상으로 비승인 초과근무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영업점에서 시작된 무임금 초과근무 논란이 본점까지 확산되는 양상 속에, 평가 구조와 근로시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측 "비효율적 업무 관행 지속 개선"
신한은행 사측은 노조가 제기한 내용과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해당과 같은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일부 개별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까지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며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확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제도 및 운영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추진을 통해 비효율적 업무 관행을 지속 개선하고 있다"면서 "관리자 평가에 초과근무 현황을 반영하는 취지는 구성원의 과도한 초과근무를 줄이고 일·생활 균형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해당 지표는 관리자 개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근무 환경 개선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노조가 제기한 '업무 과중 구조로 인한 실질적 업무 부담'과 '관리자 평가 반영 여부에 대한 부담 인식이 시간외근무 등록 회피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직문화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측은 비효율 업무 조사 및 개선 계획 제출, 근로시간 관리 실태 추가 점검, 관리자 대상 초과근무 제도 재안내 등을 통해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지점장 평가 구조로 인해 '무임금 초과근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이어 이번에는 본점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편법 근무가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경. (사진=신한은행)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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