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강버스를 서울시청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사실상 '독박 운영'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한강버스의 주주인 민간회사 이크루즈가 출자금만 내고, 비용은 지불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익은 얻지만, 비용은 내지 않겠다는 겁니다. 서울시청과 SH공사의 부담만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과 SH공사는 "이크루즈와 협약 내용 변경을 협상 중"이라고 했습니다. 협상 내용은 임원 추천권 제한 등 패널티를 이크루즈에 부여하는 걸로 보입니다. 이크루즈는 "SH공사가 제시하는 패널티 중 일부는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 출석, 박수빈 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이크루즈와의 협약을 언제 변경하느냐"고 묻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박 의원이 "앞서 다른 시정질문에서 오 시장은 '지분 비율을 변화시켰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제가 그렇게 표현했다면 그때 잘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버스 운항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이 언급한 '앞서 다른 시정질문'이란 지난 8월29일의 시의회 시정질문을 가리킵니다. 당시 박 의원은 "배를 건조하고 사업을 꾸릴 때 한강버스가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데 아무래도 담보가 없으니까 SH와 이크루즈가 돈을 대서 진행을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데 이크루즈가 이 돈을 안 내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오 시장은 "그래서 (이크루즈) 지분율을 변화시켰다. 7대3 정도로. 투자를 한 만큼 권한을 행사하도록 계속 바꿔가고 있다"면서 "그거는 페어(공평)하게 할 것이다. 투자한 만큼 권한을 행사한다는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관계자는 "이크루즈의 지분 49% 중 25%를 의결권 없는 지분으로 전환한 바 있다"며 "의결권 있는 지분만 따지면 SH공사가 68%, 이크루즈가 32%이기 때문에 (오 시장이) 7대3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시정질문에서 협약에 대해 공방이 있었던 이유는 이크루즈(이랜드그룹 계열사)가 출자금만 내고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SH공사와 이크루즈는 지난해 6월26일 ㈜한강버스를 설립했습니다. 이때 SH공사는 51억원을 출자해 지분 51%를 가져갔고, 이크루즈는 출자금 49억원으로 나머지 49%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또 지난해 2월29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서울주택도시공사 한강 리버버스(현 한강버스) 출자 시행 동의안'에는 'SH공사와 이크루즈가 총사업비를 출자 지분과 동일한 비율로 투자'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18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제333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이크루즈는 출자금 49억원을 제외한 부담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이크루즈에 대한 특혜 시비를 불러왔습니다. ㈜한강버스에서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 SH공사와 이크루즈가 5대5로 가져가게 됩니다. 이크루즈로선 수익만 챙기는 상황인 겁니다.
이에 지난달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한강버스와 관련된 배임죄로 오 시장을 고발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낸 자료에 따르면, 그때까지 한강버스 사업에 조달된 자금 총액은 1755억6000만원입니다. △SH공사 대여금 876억원 △SH공사 출자금 51억원 △친환경선박 보조금 등 47억원 △서울시청 인프라 구축비 등 232억6000만원 △은행 대출금 500억원 △이크루즈 49억원 등입니다. 이크루즈가 부담한 건 2.8%에 불과합니다.
현재 이크루즈가 저조한 부담 문제로 인해 서울시청으로부터 받은 패널티는 지분 49% 중 일부의 의결권이 없어진 점, 증자하자는 SH공사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SH공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이크루즈를 경영권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점 등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은 "의결권 없는 지분으로 이크루즈 지분을 전환한 것 말고 더 강한 패널티가 있어야 해 SH공사가 (이크루즈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다만 협의 당사자인 SH공사는 "(협상과 관련해) 검토 중이다"라고만 했습니다.
추가 패널티 내용은 임원 추천권 제한 등으로 보입니다. 이크루즈 관계자는 "SH공사가 생각하는 추가적인 패널티(안)에는 임원 추천권 제한 등 주주간협약서에 담기지 않은 다양한 패널티 조항들이 있고, 이를 저희가 받을지 받지 않을지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은 9월 정도에 시작했고, 올해 내에는 마무리되지 않을까 한다. 본 사업을 둘러싸고 있는 시선과 엄중함을 고려해 SH공사가 제시하고 있는 패널티 중 일부는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용 충당이 자금 대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주주는 자금 대여를 할 의무가 없다. (이번 협상과는 별개로) 이크루즈가 증자, 자금 대여와 같은 방식을 통해 비용 충당을 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한강버스의 상황 등 각종 상황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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