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20여년 전 중소건설사가 주도한 경기도 김포 향산지구개발 사업은 대형건설사와 협력으로 시작됐습니다. 초기의 협력은 문서와 약속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 회피와 명의 문제, 정산 갈등은 해당 중소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대기업이 사실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거나 책임을 회피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제도적 허점을 점검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초기 개발계획과 토지 확보 주체
2000년대 초, 수도권 서부 김포 지역은 도시개발사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와 연계된 김포 향산지구는 향후 교통 중심지로 부상을 예고하고 있었으며 이를 둘러싼 개발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됐습니다.
당시 김포에 ‘신도시’를 만든다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무척 생소하게 들리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와 도시가 만나는 지점, 그 교차로에 서서 누군가는 가능성을 보았고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이 사업의 초기 기획과 기반을 다진 것은 중견건설사인 Y종합건설이었습니다. 당시 Y종합건설은 김포시 향산리 일대 부지에 대해 체계적인 토지 확보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1997년부터 향산지구 내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매도동의서를 지주들로부터 받아왔고, 1999년 9월까지 전체 지주의 85%와 매도 동의를 체결해 초기 사업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어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IC(인터체인지) 연결을 조건으로 한 도시개발 사업을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등과 협의해왔습니다.
김포 향산지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 과정에서 Y종합건설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당시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여러 대형 건설사와 협의를 시도했으나 이견으로 결렬됐습니다.
이후 1999년 가을 무렵 Y종합건설의 대표 S씨는 현대건설에 재직 중이던 A씨를 만나 사업 참여 제안을 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Y종합건설은 현대건설 본사 실무진과 수차례 논의했고, 토지매입 내역과 매도동의서를 기반으로 한 사업 구조를 공유했습니다. 1999년 11월 유진과 현대건설은 ‘공사도급 약정서’와 ‘용역계약서’를 체결했습니다.
본지와 인터뷰에 응한 S씨는 “당시 자금난을 겪던 현대건설이 우리에게 공동사업으로 가자고 역제안을 해왔습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우리 쪽이 어음을 발행하고, 현대가 배서해 할인받는 방식이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0년 3월16일 체결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통해 구체화됐으며, 공동의 책임과 이익을 나누는 구조가 명확히 형성되는 계기였습니다. 당시 Y종합건설은 김포 향산지구 일대 부동산을 현대건설과 1/2씩 공동으로 확보하며 등기한 토지등 본격적인 도시개발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인허가·시행자 지위에 대한 정황 증거
당시 Y종합건설과 함께 협업했던 현대건설 관계자 A씨도 인터뷰에 응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초기에는 분명히 ‘공동사업’이란 전제가 있었습니다. 현대건설도 단독 개발은 자금조달이 불가하기 때문에 인허가 경험이 있는 Y종합건설과 협업하는 구조였지요.”
Y종합건설은 2000년부터 향산지구의 도로점용허가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획득했고, 도로 연결과 IC 진입도로 공사 시행자 명의 또한 Y종합건설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사업의 주도권은 Y종합건설 측에 있었습니다.
향산지구 개발사업 초기 당시 Y종합건설이 지출한 토지 계약금 등 내역. (사진=제보자 제공)
당시 국토관리청과 사업 시행 권한 협의 과정에서 Y종합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인허가 신청과 도로 설계, 시공을 주도했습니다.
S씨는 “Y종합건설은 토지 계약금 36억원을 비롯해 인허가 비용,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도로점용허가 비용 등으로 95억8000만원을 지출하는 등 토지 매입과 각종 인허가 비용으로만 158억원을 단독 부담했습니다”라며 “당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발급한 공문과 허가증에는 명확히 Y종합건설의 단독 이름이 명기돼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Y종합건설이 2001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받은 도로연결(점용)허가증. (사진= 제보자 제공)
이 같은 정황은 훗날 갈등으로 비화하게 된 부동산 명의이전과 관련해 주요한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됩니다. 실제로 당시 작성된 서류들과 인허가 절차는 Y종합건설이 단순 협조자가 아닌 사업 공동 주체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S씨의 주장입니다.
Y종합건설은 이후 2001년 무렵 현대건설 측의 제안으로 사업시행자 명의 이전을 협의하게 됩니다. S씨는 “일시적인 명의 이전에 불과하며, 이후에도 공동사업 구조는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명의 이전이 향후 사업 주체의 전면 교체로 이어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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