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2년10개월 만 최고…정유사 연말 실적 청신호
러 공급 차질…미 제재에 인도도 수입 중단
정제마진 20달러 근접…흑자 기조 기대감↑
2025-11-21 13:35:43 2025-11-21 13:35:4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제마진이 배럴당 19.7달러까지 치솟으며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러시아·중동 리스크가 겹친 글로벌 공급 불안이 정제마진을 강하게 밀어올리면서, 연말로 접어든 국내 정유업계는 4분기 ‘깜짝 실적’ 기대감이 한층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21일 미국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정유 기업 루코일을 대상으로 한 ‘거래 제한 제재’가 발효되는 가운데, 복합정제마진은 최근 배럴당 19.7달러까지 오르며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2.3달러 수준을 보였던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국내 정유사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나프타·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투입 비용을 뺀 값입니다. 공급 불안이 커질수록 제품 가격이 빠르게 높아집니다. 
 
정제마진이 급등한 배경에는 동시다발적 공급 차질 발생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으로 흑해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유시설 가동률이 20%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로 루코일의 해외 자산 매각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 승인 불확실성에 막혀 지연되며 시장 혼선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날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인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RIL)마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면서, 러시아발 공급 차질 우려는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의 경우 최근 이란의 유조선 나포, 해상 교전 위험 등으로 사우디·이란발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며, 경유·등유 등 주요 제품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유럽의 정제설비 폐쇄 사이클도 공급 축소를 가속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재고 부족과 노후 설비 폐쇄로 수출 여력이 줄었고, 유럽에서도 Shell·BP 등의 정유시설 폐쇄로 월 40만 배럴 이상의 정제능력이 감소했습니다.
 
중국은 이른바 ‘감유증화’ 정책(가솔린·디젤 생산은 줄이고 화학원료인 나프타 생산은 늘림)으로 정제설비 증설을 제한하고 수출 쿼터를 동결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순수출 자체가 감소하는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입니다.
 
공급불안에 따른 정제마진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SK이노베이션 약 3108억원, S-Oil 약 2909억원으로 예상됩니다. 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환 헤지 등을 통해 원가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글로벌 정제설비 순증설은 하루 60만 배럴 증가에 그치지만 석유제품 수요는 11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구조적 공급 부족 심화가 예상된다”며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OSP(공식판매가격) 인하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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