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충돌에 삼바 논란까지…삼성 인사 지연 배경
정현호·박학규 삼성 인사 주도권 놓고 ‘충돌’
“정 부회장이 상왕처럼 인사권 행사해 갈등”
그룹 전반 ‘정현호 그림자’…삼바 사태 ‘논란’
2025-11-21 14:27:49 2025-11-21 15:34:41
[뉴스토마토 배덕훈·백아란 기자] 삼성전자의 정현호 부회장(전 사업지원TF)과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사장)이 연말 정기 인사 주도권을 놓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 내 신구 권력 간 갈등설이 표면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사업지원TF가 계열사 인사 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데다, 사업지원실 내에서 힘겨루기 양상까지 이뤄지면서 삼성그룹의 인사가 애초 계획보다 지연됐다는 설명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1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와 관련해 최근 정 부회장과 박 사장이 갈등을 빚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보좌역으로 2선 퇴진했던 삼성그룹의 ‘2인자정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신임 사업지원실장으로 위촉된 박 사장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박 사장에게 인사안을 가져오라고 하는 등 인사와 관련해 하나하나 지시했다상왕처럼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등 두 사람 간 갈등이 있었다고 했습니다특히 정 부회장은 올해 그룹 전반 인사를 맡겠다고 했지만박 사장의 강력 반발에 부딪혀 삼성전자 인사만이라도 자신이 주도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하지만 이마저도 박 사장의 반대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 삼성그룹은 지난 7일 정 부회장의 용퇴와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의 사업지원실 상설화 등 깜짝 인사이후 최근 2년간 11월 말로 진행한 연말 인사를 보다 앞당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두 사람의 불화가 불거지면서 정기 인사 발표가 지연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인사가 연기되면서 계열사들 인사도 줄줄이 미뤄진 가운데 20일에야 퇴임 임원에 대한 통보 절차가 시작됐고, 이튿날 오전 사장단 인사가 발표됐습니다. 이번 인사는 아랍에미리트 방문하고 이날 귀국한 이 회장의 재가를 거쳐 이뤄졌습니다.
 
두 사람 간 인사 주도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룹 전반에 드리우는 정 부회장의 그림자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미전실에 오랫동안 있었고, 인사팀장 시절 임명된 C레벨들이 계열사 곳곳에 있다그가 2선으로 물러나더라도 영향력이 사라지는 데는 시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와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 등 삼성그룹 계열사 곳곳에는 미전실 출신들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박 사장과의 갈등설에 더해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향후 후속 인사와 조직개편 등의 향방도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전 사업지원TF장)
 
사업지원TF 인사개입 의혹 ‘일파만파’
 
인사를 앞두고 터진 논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팀 공유폴더가 유출되면서 정 부회장의 사업지원TF가 그룹사의 인사 등 각종 사안에 관여해 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해당 인사 폴더에는 직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는 물론 사업지원TF의 인사 관여 정황, 노조에 대한 특별관리 내용, 불공정한 고과 평가, 인사팀의 정신건강센터 상담 기록 관리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그룹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계열사에 지시를 한 것이 아닌 논의를 했을 뿐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노조 측은 사실상 사업지원TF가 모든 인사관리를 총괄했다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장은 “삼바 내부문건 유출 사태를 통해 사업지원TF가 그룹 인사에 개입하고 있음이 확인됐다삼성전자(사업지원TF)에서는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믿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업지원TF의 계열사 인사 개입 정황은 차후 이 회장의 뉴삼성구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자율 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사업지원TF가 인사 등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논란이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석하기 위해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UAE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부회장의 용퇴 시점을 두고도 뒷말이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정 부회장은 삼바 문건 사태가 발생한 다음날 퇴진을 발표합니다.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용퇴는 전날까지도 사내에 공유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삼바 사건이 터진 이후에 정 부회장이 바로 용퇴를 선언했는데, 정 부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우려를 차단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사업지원TF의 계열사 인사 관여 정황과 정 부회장, 박 사장 간 갈등설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며 삼성그룹 내부도 흔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바 사태 이후 삼성그룹의 대다수 임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하며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이번 사태로 그룹 전체가 초비상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그룹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열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례회의로 재계의 시선이 쏠립니다. 삼바가 준감위 협약사가 아니기에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사업지원TF 개입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안건 상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기 때문입니다.
 
배덕훈·백아란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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