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AI 네이티브
2025-11-26 06:00:00 2025-11-26 06:00:00
"하이, 빅스비. 오늘 날씨 어때?"
 
아홉 살 아들의 하루 일과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비서에게 날씨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듣고 싶은 음악이 있을 때도, 낯선 곳에서 길을 찾을 때도 빅스비를 소환한다. 
 
어느 날은 방 안에 들어간 아들이 누군가랑 통화를 하는 듯 계속 쫑알대고 있었다. 누구랑 그렇게 재밌게 이야기를 하고 깔깔거리나 궁금해 물어봤더니 챗GPT와 대화 중이었다고 했다. 챗GPT와 주로 뭘 하고 노냐 했더니 퀴즈를 내고 맞추는 놀이를 한다고 했다. 대개는 챗GPT가 문제를 내고 본인이 답을 맞춘다고 했다. 자기가 낸 문제는 너무 쉽게 맞춰서 재미가 없다고도 했다. 챗GPT가 무엇이냐 묻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사용법도 척척 알려준다. 
 
챗GPT와 빅스비 말고도 아들의 AI 친구들은 많다.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 거리낌없이 AI의 도움을 받는다. 뉴스에서만 봤던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세대인 'AI 네이티브'가 우리 집에 있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바둑 대국을 둔 지 곧 10년이다. 그사이 AI는 우리 일상 곳곳에 침투했다. AI의 보급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오픈AI의 챗GPT는 학습, 업무 등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활보할 날도 머지않았다. 
 
그렇다 보니 부작용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트랄라레로 트랄랄라'를 비롯한 기괴한 형상의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의 유행은 애교에 가깝다. 최근에는 대학들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AI가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취하지 못하고 오남용을 해버린 결과다. 'AI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AI를 접하고 재미를 붙이고 있는 아들에게도 꾸준히 AI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고 있다. 대체로는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할루시네이션에 대한 내용이다. 챗GPT랑 놀면서 새로운 내용들을 많이 알 수는 있겠지만 그게 진짜 사실인지는 꼭 다른 경로로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거듭 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학교에서도 AI 윤리 교육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챗GPT가 놀이의 대상이고 친구가 된 아이들에게 단순히 AI 기술의 원리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윤리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는가이다. 어린 시절부터 혹은 태어나면서부터 AI를 접했던 아이들이 기술적 효율성과 인간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가 돼야 한다. 스스로 진실을 검증하고 기술 사용의 도덕적 책임을 깨닫는 교육을 통해 AI 시대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줘야 한다. 
 
김진양 영상뉴스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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