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오는 12월 예정된 '북극협력주간'은 북극 연구와 정책 협력에 참여한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 역할의 중요 변곡점이 될 전망입니다. 해양수산부와 외교부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북극항로를 향한 본격적인 종합 논의 테이블입니다. 관건은 '행동 전환'입니다. 우리나라의 북극정책이 외교적 참여를 넘어 실질적 전략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액션 전략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외교부와 오는 12월10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제10회 북극협력주간(Arctic Partnership Week)'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극지연구소)
북극 협력 행사 '10년'…미래 역할 '변곡점'
오는 12월10~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10회 북극협력주간' 행사는 '함께한 10년, 지속 가능한 북극의 길을 함께 열다'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정책·과학·산업·문화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논의에 나설 방침입니다.
특히 이번 북극협력주간은 단순한 학술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이재명정부의 두 가지 최우선 국정 과제가 실질적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북극항로 시대를 선점하고 이를 발판 삼아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비전과 궤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토마토>의 '이광재의 끝내주는 경제'에 출연한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인류 문명사에 새로운 길"이라고 공언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전재수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역사적으로 실크로드, 향신료 길, 수에즈 운하 등의 바닷길을 통해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고 경제 패권을 바꿔왔듯, 지구상 마지막 남은 뱃길인 북극항로가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상징이자 환경 논의의 중심이었던 북극이 자원·에너지·물류·항로·군사·연구 인프라가 동시에 얽히는 국제 전략 지역으로 격상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북극항로 상업 운항 가능성, 러시아·유럽 해양에너지 루트, 희소자원 개발 등 글로벌 역학에도 변화를 맞고 있는 겁니다.
김명진 해수부 해양정책관은 "북극협력주간은 우리나라가 비북극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북극 협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북극협력주간 프로그램 중 주목되는 일정은 둘째 날 열리는 북극항로 국제 세미나입니다. 쇄빙선 안전운항, 해양보험, 통과 규제, 항만 인프라 구축, 국제규범 정립 등의 어젠다가 대표적입니다.
북극항로 참여는 단순히 길을 통과하는 문제가 아닌 항만, 선박, 친환경 추진 기술, 데이터, 국제 파트너십까지 포함된 종합 프로젝트로 분류됩니다. 이중 북극 관련 정책은 어느 한 나라 단독으로 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 북극권 국가들과의 긴밀히 협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국으로 선정된 우리나라는 과학조사, 해양정책, 국제연구에 참여해왔지만 옵서버 지위가 단순한 '무대 참석권' 정도일 뿐, 영향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정병하 외교부 극지협력대표는 "북극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올해 북극협력주간은 북극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북극권 국가들과 협력을 심화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의지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0일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에서 열린 HMM의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HMM 클로버호'의 명명식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영국행 전재수, 해양 외교력 강화 '발판'
영국행을 택한 전재수 장관이 오는 29일까지 덴마크와 해운·해사 분야 국제협력 강화를 위한 활동에 나선 것도 북극 협력 강화의 궤와 함께합니다. 더욱이 26일 덴마크 산업·비즈니스·금융부 장관과 면담 후 '한·덴 녹색·디지털 해운항로 협력', '한·덴 해운물류 분야' 양해각서(MOU) 체결을 예정하고 있는데요. 북극항로 전략, 친환경 해운 전환, 글로벌 공급망 안정 전략을 위한 본격 실행 단계에 들어선다는 신호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해수부 측은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덴마크 해운협회, 덴마크 해사청 등과의 고위급 회의를 통해 북극항로 등 해운·해사 협력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국제해사기구(IMO) 총회에 대응한 최종 현장 교섭 활동을 이끌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IMO A그룹 이사국 12연임 중이며 해양 외교력 강화의 중요 발판인 13연임 결정 여부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사국 선거 중 우리나라가 속한 해운국 A그룹은 10개국입니다.
해양 관련 한 전문가는 "한국은 북극 국가가 아니다. 북극 항로 개척, 활용권 확보에는 북극 연안국이나 기존 항로 운영 강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공식적인 국제 파트너 확보에 덴마크는 그린란드(북극권)의 실질적 관할국이자 머스크 본사가 있는 글로벌 해운 강국, IMO 친환경 규제 주도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협약은 북극항로 실무 협력국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북극항로 관찰자에서 참여자로 전환하려는 단계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북극항로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국제질서 재편의 교차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며 새로운 항로가 열리는 반면, 북극 생태계 훼손과 주변국 간 영유권 분쟁 가능성은 긴장 요소"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제 이익뿐 아니라 북극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책임 있는 북극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한국이 북극항로와 친환경 해운 질서의 국제 설계에 참여하는 '룰 메이킹국'으로 첫발을 내딛는 등 국제외교, 다면적 전략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협력을 구체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 장관은 "IMO와 주요 해운 국가인 덴마크와의 국제협력을 통해 해운물류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이고 해운·해사 분야 친환경·디지털 전환 등 우리나라가 해당 분야의 미래 핵심산업 경쟁력을 선점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북극항로의 성공적인 개척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해운·해사 분야 협력을 구체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9월14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신항 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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