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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가 출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공회전을 지속하고 있다. 첫 번째 의제인 ‘새벽배송’을 놓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배송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택배 기사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새벽배송을 기반으로 성장한 쿠팡과 컬리 등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 노조원들이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차 기구까지 사회적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쿠팡 등 플랫폼 업체가 들어오면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택배업계는 오는 28일 열리는 3차 회의를 앞두고, 과로사 방지책을 마련해야 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요청에 플랫폼 업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3차 회의는 당초 연내 결론 도출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시작부터 서로 간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택배노조는 심야 시간대 배송을 금지해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쿠팡과 컬리의 새벽배송이 소비자들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미 기존 택배사 중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올해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했다. 노조는 이런 배송 체계가 대세가 될 경우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새벽배송에 대한 체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쿠팡과 컬리 등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 이런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모든 물류 체계와 인프라 운영을 새벽배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새벽배송에 대한 변화는 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 등을 통해 제품을 팔고 있는 소상공인 판매자는 물론 새벽배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소속 택배 기사들의 수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대립을 새벽배송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로 좁혀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택배노조가 새벽배송의 변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다. 새벽 배송으로 인해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택배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새벽배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문제를 여기에 집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쿠팡 등 플랫폼 업체들이 새벽배송을 금지할 수 없다면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에 집중하면 될 문제다. 민주노총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벽배송 논란과 관련해 최근 “새벽배송이 유지돼야 할 서비스라면 노동자의 건강권을 어떻게 보호할지, 그에 필요한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설마 플랫폼 업체들이 새벽배송이 택배 노동자의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벽배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당장 수입이 높아 새벽배송에 집중하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건강을 자신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언제 나에게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을 뿐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회의에서 고용노동부가 의뢰한 '심야시간대 연속 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외부 용역 결과도 함께 공개된다. 이번 회의의 시작은 이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벽배송 금지를 넘어 안전한 새벽배송을 위한 시스템 마련으로 방향을 정확히 맞춰야 할 것이다.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책당국이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 쿠팡 등 플랫폼 업체도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편리함의 이면에 숨은 고통을 외면한 채 사회적 합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새벽배송의 지속 여부가 아니라 노동자의 지속 가능한 삶이 먼저다. 사회적 대화는 그 당연한 진실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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