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금산분리 규제 완화’ 가닥…시민단체 ‘특혜론’ 제기
이르면 이번주 금산분리 완화안 발표
총수 지배력 유지에 주주 배임 우려도
2025-12-10 15:48:12 2025-12-10 17:17:57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금산분리 정책이 완화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취지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실제론 특정 기업만 수혜를 볼 수 있다며 특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1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를 주재했습니다. 이날 보고회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산·학·연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해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보고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반도체 전략 회의로,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에 힘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할 전망입니다. 규제 완화의 핵심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완화와 일반 지주사의 금융사 보유 두 가지입니다. 현행 공정거래법(18조)에서는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일반 지주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하고,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경우 자회사(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의 빗장을 풀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부는 첨단산업 업종에 한정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지분율 규정이 완화되면 손자회사는 신규 사업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때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일반 지주사가 금융·보험 업종에 속하는 금융리스 회사를 소유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SK그룹이 설비 대여 목적의 ‘금융리스회사’를 설립해 SK하이닉스의 AI 사업이나 반도체 공장 건설 등 CAPEX(설비투자)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혜택은 첨단산업 업종에 한정하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집단은 현재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는 SK그룹, LG그룹, GS그룹 등이 꼽힙니다. 지주사들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GS칼텍스 산하에 합작법인 형태의 금융리스사를 차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만이 규제 완화의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는 SK하이닉스”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HBM 설비 확충 등에 필요한 투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지주사의 리스업 진출 허용도 고가의 장비를 직접 매입하는 것보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투자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으로 조(兆) 단위 투자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금산분리 완화가 본격화할 경우 재벌 그룹의 부실 계열사 지원이나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금융의 사금고화와 같은 우려 요인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회사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외부 투자를 받고 그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SK 최태원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150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국민성장펀드의 자금 상당 부분을 투자한다면 투자의 적절성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일반지주회사 체제 내에 금융리스업을 허용한다면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AI 반도체 설비투자와 금산분리 완화를 연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SK하이닉스와 같은 신인도가 높은 우량기업이라면 내부 유보금이나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일반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금산분리 완화가 AI, 반도체 투자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금산분리는 건전한 경제 체제를 위해 기본 원칙을 지키고 유지해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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