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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4일 14: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DB손해보험(005830)이 자사주를 처음으로 소각했다. 주주환원과 상법 개정 흐름에 맞춰 자사주 지분 비중을 낮추는 작업이다. 이익잉여금 내 배당가능이익 범위에서 취득했던 주식을 처리하는 방식이라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는다. 배당가능이익은 자사주 매입 당시 차감했기 때문에 당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금 변동 없는 ‘이익소각’…“매입 당시 배당가능이익서 차감”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보통주 141만6000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인 7080만주의 2% 수준이며, 소각일은 오는 26일로 예정됐다.
소각예정금액은 약 1752억원이다. 이사회 결의일 전날인 19일 종가인 12만3700원이 기준이다.
DB손해보험 측은 소각 완료 시 발행주식 총수가 감소하지만 자본금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했던 주식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자본 구성은 ▲자본금 ▲자본잉여금 ▲자본조정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신종자본증권 ▲이익잉여금 등으로 이뤄진다. 배당가능이익은 이익잉여금에서 배당이 불가한 항목(법정적립금 등)을 제외해 산출한다.
DB손해보험의 이익잉여금은 3분기 기준 12조9568억원이다. 현재 공식 자료로 나와 있는 배당가능이익은 상반기 기준이며, 약 1조7800억원이다. 상반기 이익잉여금은 12조6231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삼아 소각하는 형태지만, 당기 배당가능이익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사주 매입 당시 배당가능이익에서 이미 차감된 것”이라며 “소각의 한도 개념이고, 배당가능이익은 변화 없다”라고 밝혔다.
DB손해보험의 배당가능이익은 우수한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현행 회계인 IFRS17 체계서는 배당가능이익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이익잉여금 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 문제로 금액이 마이너스(-)기 때문이다.
(사진=DB손해보험)
자사주 비중 13.5%로 하락…상법 개정 대비 선제적 대응
DB손해보험의 자사주 비중은 발행주식 총수의 15.2%(1075만6531주)다. 그동안 주주 친화정책 일환으로 자사주를 늘려왔다. 이번에 일부 소각을 완료하면 자사주 비중이 약 13.5%까지 하락할 것으로 계산된다.
손해보험 업계 선두인 삼성화재의 경우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로 자사주 비중을 2024년 말 15.9%에서 2028년 5.0% 이하까지 줄이겠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월 한 차례 소각을 완료했다. 4년간 발행주식 총수의 2.5%~3.0% 범위에서 균등 소각한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DB손해보험은 이번에 1.7%p 하락할 전망이다. 이번과 같은 물량으로 매년 균등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자사주 비중이 ▲2회차 11.7% ▲3회차 9.8% ▲4회차 7.8% ▲5회차 5.8% 순이 될 것으로 계산된다.
자사주 비중 목표에 대해서는 따로 설정해두지 않은 상태다.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DB손해보험이 지난 2월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내용은 주주환원율을 2028년까지 35%로 확대, 지급여력(K-ICS) 비율을 200%~220% 선에서 관리 등 두 가지다.
다만 자사주 의무 소각 내용이 담긴 제3차 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자사주 선제적 소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은 현재 논의 단계지만 새해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DB손해보험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편인 만큼 미리 대처해둘 필요성이 따른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법 개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며 “자사주 비중 조정은 아직 어느 정도인지까지 정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지만 내년에는 더 낮춰갈 계획”이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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