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자금 흐름을 혁신기업과 미래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다만 고금리와 경기둔화 속에서 기술 기반 중소·벤처·스타트업이 성장과 회수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생산적 금융 구상의 출발점과 정책금융의 역할 변화를 살펴보고, 벤처 생태계의 성장·회수 시장 다변화 과제를 함께 짚어봅니다. 코스닥은 혁신기업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됩니다. 동시에 초기 투자자가 지분을 팔아 수익을 회수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에 재투자하게 돕는 '회수 시장'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코스닥 활성화는 벤처 생태계에 모험자본이 계속 유입되게 만드는 '생산적 금융'의 필수 요건입니다. 코스닥 시장의 올해 성과를 점검하고, 제도 개편과 정책 방향, 향후 과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김지평·신유미 기자] 2025년 국내 금융정책의 가장 큰 화두는 '생산적 금융'입니다.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머물던 자금을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중·벤·스)으로 돌리겠다는 정부의 방향 전환은 국민성장펀드 출범과 정책금융 확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현장 체감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술 기반 기업이 실제 성장하고, 민간자본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과 자본시장을 이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여섯번째)이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장 체감은 '아직'…정책금융 역할 중요성 부각
이재명정부가 핵심 국정 기조로 내세운 생산적 금융은 기존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머물러 있던 자금을 기술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벤·스, 즉 기술 기반 중·벤·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출범시켜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2026년 정책금융 공급계획'을 확정하고,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4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내년에 올해보다 1.8% 늘어난 252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같은 생산적 금융 기조는 올해 막 출범을 했거나 구상을 밝힌 단계로,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고금리 기조와 글로벌 경기둔화로 민간자본은 위험 회피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벤처캐피탈(VC) 시장의 회복 속도도 더딘 상황입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곳은 기술력을 갖췄지만 담보나 재무 실적이 부족한 중·벤·스입니다. 창업 3~7년 차 이른바 '데스밸리' 구간에서 자금 공백이 심화되고 있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자금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간 정책금융은 대출과 보증을 중심으로 금융 접근성이 낮은 기업을 보완하는 안전망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방식을 유연하고 과감하게 전환할 때"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리스크 공유 모델 확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정책금융이 펀드 손실을 우선 부담하고, 수익을 민간에 더 배분하는 구조가 확대돼야 민간자금이 벤처 시장으로 흐를 것"이라며 "대출 위주 상품에서 벗어나 기업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VC업계에서는 벤처기업 범위 확대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민간투자자들은 정책금융 투자 지원이 유지돼야 안심하고 투자와 회수를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학균 VC협회장은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바이오 등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분야인 만큼 초기 투자 리스크가 크다"며 "이런 영역일수록 정책금융이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면 회수 시장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코스닥 상장사까지 벤처기업에 포함해 정책금융 지원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코스닥의 대장주가 코스피로 이전하다 보니까 마치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의 2부 리그처럼 여겨져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코스닥시장이 미국의 나스닥처럼 벤처 스타트업들이 기술 기업 위주로 상장하도록 차별성을 갖춘 시장으로 탈바꿈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스피보다 느슨한 조건으로 상장하는 것이 아닌, 아예 다른 조건을 내세워서 시장의 독립성을 갖출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술특례상장, 미래 혁신 기업 키우는 그릇으로 '부상'
정책 자금이 실제로 기술·혁신 기업으로 흘러가려면, 그 자금을 받아 성장할 '그릇'이 필요합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이 꼽힙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알테오젠(196170),
에코프로(08652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리가켐바이오(141080),
펩트론(087010),
HLB(028300) 등 6개사가 모두 기술특례 트랙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는 점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술특례상장은 전문 평가기관에서 기술평가등급 A·BBB 이상을 받으면 재무 요건이 다소 부족해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도입니다. 적자 상태이거나 담보가 부족해도, 기술성과 성장성이 입증되면 공모와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정책형 회수 시장'인 셈입니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은 2025년 들어 업종 다변화와 함께 양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기술특례 신규 상장기업 22개사 가운데 바이오 기업은 9개사, 비바이오 기업은 13개사로 비바이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AI 기술 상용화가 진전되면서 AI 기업의 상장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AI 기업 기술특례 상장 수는 2023년 3개사, 2024년 3개사에 이어 2025년 연간 기준 7개사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기술특례의 키워드는 단연 AI입니다. AI 반도체, AI 의료영상, AIoT(사물지능인터넷), 소프트웨어 AI, 버티컬 AI(특정 산업 특화 AI) 등 세부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과거 바이오가 독점하던 기술특례 무대에 AI 기업들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기술특례상장이 성장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만큼 상장 이후 지속적인 검증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이 자금이나 제도, IPO 시장까지 전폭적이어서 투자 및 금융 환경은 상당히 좋은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이 부족했던 회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기술특례상장은 단기간에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바이오 업종이 중심이 됐는데, AI는 '시간 경쟁'이 필요한 산업이어서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자금을 집중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상장 이후에도 투자 및 사업 계획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