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구조적 문제'라는 고환율 면죄부
2026-01-08 06:00:00 2026-01-08 06:00:00
고환율이 고물가를 넘어 '초고물가'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적극적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를 통한 대규모 달러 매도 거론되고 있지만, 여전히 1447원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당국의 인식이다. 최근 고환율 국면에 대해 외환당국 수장들은 하나같이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자본 유출이 경상수지 흑자를 웃도는 구조,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 달러 강세라는 외생 변수들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이 모든 책임을 구조적 문제에 돌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환율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크다고 진단하며 산업 경쟁력과 제도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자본 유출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강조했다. 모두 맞는 말일 수 있겠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으나, 이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아 과거와 다른 현상(괴리)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구조가 문제라면, 구조를 관리하고 위험을 완충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역할이다.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 정책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신호가 당국의 설명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은 오히려 빠르게 늘었다. 당국 개입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시장심리를 보여준다. 정책의 신뢰가 약해지면 개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책당국의 책임 회피성 태도가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외환 관리 실패로 경제금융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탄핵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란의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재무부 장관이 환율 관리 실패를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터키와 이집트에서도 통화정책 실패로 중앙은행 총재가 사임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환율이 급등하고 외환시장 불안이 장기화돼도 정책 수장의 거취나 책임론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환율정책의 책임 구조 역시 불명확하다. 법적으로는 정부가 총괄 책임을 지고, 실제 시장 개입은 한국은행이 수행하는 이원화 체계 속에서 정책 실패의 책임 주체는 흐릿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경제부처 업무보고 등에서 환율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두고 참모들의 현실 인식이 뒤처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청와대 참모 라인과 경제팀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나오고 있다. 환율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고 하지만, 다시 1500원대를 위협할 경우 정책 실패 프레임이 공식화될 가능성도 크다.
 
환율은 물가와 금리,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 자본 흐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그럼에도 당국이 '구조적 문제'로 설명하는 데 그친다면 불안한 시장심리는 또다시 통화가치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고나 국민연금 등을 빌어 구두개입에 기댈 것이 아니라 통화가치, 즉 경제 체력의 근본적인 제고 방안을 고민하기를 바란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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