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이수정 기자] 보상을 가장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도 쿠팡이 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1인당 5만원짜리 쿠팡 이용권을 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기존안을 관철시켰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순차 지급 중인데 여론의 뭇매가 매섭습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기존에 발표한 보상안대로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 트래블 2만원, 알럭스 2만원으로 구성된 총 5만원 상당의 4종 쿠폰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했습니다.
여론의 비난이 집중되는 이유는 쿠팡이 내놓은 대책이 보상을 가장한 마케팅 꼼수가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보상 명목으로 받은 이용권에는 여러 제한요소가 붙습니다. 우선 사용기간은 오는 4월 15일까지로,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고 차액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즉 한 상품당 이용권은 1장만 적용되는데 상품 구입 후 금액이 남더라도 차액은 환불되지 않는 것이죠. 예를 들어 1만5000원짜리 상품에 2만원 이용권을 쓰면 남은 차액 5000원은 모두 사라집니다.
또한 이용권 사용에도 제한 사항이 많습니다. 쿠팡 상품 중 도서, 분유, 주얼리, 상품권 그리고 쿠팡트래블에서는 호텔뷔페, 쿠폰 등은 구매할 수 없습니다. 쿠팡트래블에서는 국내 숙박과 국내 티켓 상품만 사용 가능하고, 해외여행 상품이나 모바일 쿠폰 구매에는 쓸 수 없습니다. 음식 배달 앱인 쿠팡이츠 이용권 역시 포장 주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와우회원과 일반회원, 탈퇴회원 중 정보 유출 피해를 봤다면 모두에게 이용권을 지급하지만, 멤버십 가입자인 와우 회원을 제외한 일반회원은 로켓배송은 1만9800원, 로켓직구는 2만9800원 이상 각각 구매해야 구매이용권 사용이 가능합니다.
탈팡회원 재가입·보상 가장한 소비 유도 '꼼수'
특히 탈퇴한 회원들의 경우 다시 쿠팡에 재가입해야 5만원 이용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재가입을 유도해 보상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소비자 분노가 들끓고 있죠. 결국 쿠팡의 보상안은 피해자에게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보상안으로 둔갑시켜 피해자 돈으로 쿠팡의 매출을 올리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구매이용권을 소액으로 나눈 쿠팡의 보상안 중 그나마 쿠팡과 쿠팡이츠 내에서만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인지도와 고객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로 상당수가 피해자가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이 진정성 있는 피해 보상안으로 책임을 져야 함에도 끝까지 이익만을 추구하며 피해자를 상대로 소비를 유도하는 기만적 마케팅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은 소비자 단체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쿠팡의 보상안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3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은 시민 기만하는 쿠팡 탈퇴, 쿠팡 쿠폰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 5만원 이용권에 대해 사용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소비자 반응 '냉담'…"안 하니만 못한 보상"
소비자 반응도 차갑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탈팡했다는 A씨(46)는 쿠폰으로 보상하는 건 다시 가입을 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입장입니다. A씨는 "앱을 통해서만 쿠폰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불편하고, 사실 쿠팡트래블이나 알럭스 같은 곳은 처음 들어봤다"며 "인터넷 명품 소비가 활발하지도 않고 여행사 패키지 같은 경우도 여기어때 등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디 한개로 모든 가족이 쿠팡을 사용하고 있다는 B씨(30)도 이번 쿠폰 배포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B씨는 "가족들이 모두 같이 이용하고 있어 탈팡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용할 것 같다"며 "그런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고 이후에도 사실상 쿠팡 5000원 보상은 쓸모가 없고, 더 중요한 것은 대책이 있는지 사과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느낌"이라며 "지금은 대체제가 없어서 쿠팡을 쓰지만 앞으로 네이버나 컬리가 배송이 잘된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면 그쪽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쿠폰을 이용했다는 고객 C씨(63)는 이용하고 남은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한 구조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C씨는 "쿠폰이 배포되서 결제하는 데 사용하면서 보니 만약 3000원 짜리를 사면 2000원은 소멸되는 구조였다"며 "쿠팡 트래블을 이용하려고 해도 저가 상품은 적용이 안되고 숙박권만 되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 결국 결제를 유도하는 상황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계도 무책임한 행동의 연장선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김한나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위원회 부위원장 겸 대변인은 "글로벌 회사라며 숨고 있는 쿠팡이 국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5000원 쿠폰을 날린 것은 마치 이것 받고 조용히 있어라는 식의 태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지금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소비자 뿐 아니라 소상공인 문제, 높은 예대마진 문제 등 풀어야 할 게 산더미"라고 말했습니다.
이혜현·이수정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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