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보험사들이 새로운 보장을 앞세우며 제로섬게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보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보험상품을 개정·강화하거나 새로운 보장을 담은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데요. 갈아타기 수요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객을 서로 뺏고 뺏기는 출혈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기존 상품 보장 강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088350)은 이달 분산돼 있던 건강보험 보장을 하나로 묶은 '시그니처 H통합건강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여러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종합적인 건강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암이나 특정 순환계 질환 치료 수술을 받을 경우 치료 일정이 확정되는 시점에 가입 금액의 70%를 선지급하는 '치료비 선지급 서비스'를 통해 치료 초기 자금 부담을 덜었습니다.
건강고지형을 업계 최고 수준인 13단계로 세분화해 유병자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가입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이력이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유리한 고지유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고객은 최대 11회까지 가입 유형을 변경하며 보험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최초 보험료 대비 최대 약 50% 수준까지 보험료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한화손해보험(000370)은 여성 관련 보장을 확대·통합한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4.0'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은 업계 최초로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소송 시 심급별로 1000만~3000만원까지 소송 비용을 지원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연계한 '레이디(Lady) 변호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법적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 피해에 대한 보장도 담았습니다.
여성에게 발생 빈도가 높은 유방·갑상선·여성 생식기 질환에 대한 보장도 한층 강화했습니다. 검사부터 수술, 치료, 재활까지 치료 전반에 대한 통합 보장을 제공합니다. 난임 치료가 장기화하는 현실을 반영해 난임 치료 보장 횟수를 최대 8회까지 확대했으며, 체외수정 성공률 제고를 통한 난임 조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착상확률개선검사(PGT-A) 보장도 새롭게 포함했습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휴대폰보험을 개정해 갤럭시 스마트폰에 대한 보상 한도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모델별 최대 보상 한도는 △갤럭시 S시리즈 130만원 △갤럭시 S 울트라 160만원 △갤럭시 Z 플립 150만원 △갤럭시 Z 폴드 220만원 등까지 보장합니다. 액정·카메라 등 단일 부품 파손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메인보드 등 주요 부품이 동시에 파손되는 복합 파손 사고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업계 최초 상품' 개발에 사활
일부 보험사들은 업계 최초 보장을 앞세워 새로운 보장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기존 보장들은 이미 업계 전반에 확산돼 보장 내용과 보험료가 유사한 만큼 동일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 후발 주자로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한라이프는 오래 살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는 한국형 톤틴연금인 '신한톤틴연금보험'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톤틴연금은 생존자에게 연금을 집중 지급하는 구조로, 그동안 국내 정서에 맞지 않아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한국형 톤틴연금으로 구조를 재설계했습니다.
신한톤틴연금보험은 연금 개시 전에 사망하더라도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 또는 계약자 적립액 일정 비율 중 더 큰 금액을 지급합니다. 해약환급금과 사망보험금은 일반형 상품보다 낮은 대신 해당 재원을 연금 개시 시점의 적립금으로 활용해 연금 수령액을 크게 높였습니다. 특히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장수를 기대하는 가입자의 경우 일반 연금상품 대비 연금 수령액을 약 38%가량 더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흥국화재(000540)는 처음으로 '표적 치매 치료 중 MRI 검사비' 보장 특약을 개발해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습니다. 대한치매학회는 치매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레켐비’와 같은 치료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뇌부종 등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소 3회 이상의 MRI 검사를 권고하고 있는데요. 레켐비 처방 병원의 MRI 검사비는 평균 약 74만원 수준으로, 총 3회 시행 시 약 2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흥국화재는 이번 특약을 통해 MRI 검사 비용 부담을 덜어줍니다.
해당 특약은 CDR 0.5점에 해당하는 최경증 치매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받은 이후,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이 확인되고 치료제 투약 과정에서 MRI 검사를 시행한 경우 보장을 제공합니다. 검사 1회당 최대 50만원씩, 총 3회 한도로 최대 150만원을 지급합니다. 흥국화재가 2024년 1월 출시한 '표적치매약물허가치료비'와 함께 가입할 경우 보장 효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경쟁이 보험사의 먹거리를 책임질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보장 확대와 특약 강화, 보험료 인하 등이 이어질 경우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전년도 요율을 기준으로 1~3월에 신상품을 출시한다"면서 "고객 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 보험에 가입한 고객을 새로운 상품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만큼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며 "결국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신한라이프, 흥국화재 외경. (사진=각 사)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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