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치킨 전문점에서 소비자들이 외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이혜지 수습기자] bhc치킨 2만원, KFC 핫크리스피치킨 8조각 2만4600원. 외식 물가가 연일 오르는 배경으로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차입금을 활용해 외식 브랜드를 인수한 뒤 3~5년 내 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가격 인상과 배당 극대화를 추진하면서, 소비자와 가맹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F&B(식음료사) 투자가 가속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오케스트라PE는 KFC코리아를 칼라일그룹에 매각한 직후인 지난달 커피 프랜차이즈 매머드커피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칼라일은 2021년 투썸플레이스를 약 1조원에, 2024년 5월 KFC홀딩스재팬을 사들였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KFC코리아까지 품으며 커피·디저트·치킨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습니다. H&Q에쿼티파트너스도 지난달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과도한' 이윤 추구로 외식 물가 올린 사모펀드
투자금 회수가 궁극적인 목표인 사모펀드가 F&B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단연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외식 브랜드는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확보돼 있을 경우 가격 인상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 됩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사모펀드 투자의 전형적 사례인데요. bhc는 지난 2013년 로하틴그룹에 1130억원에 인수된 이후 12년간 세 번의 사모펀드 인수를 거치며(로하틴그룹→박현종컨소시엄→MKB파트너스) 기업가치가 1조8000억원으로 무려 18배 치솟았습니다.
사모펀드가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차입매수(LBO) 방식입니다. 이는 기업을 살 때 자기 돈은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빚을 내는 구조입니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bhc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기자본과 대출(9100억원·46%)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대출은 bhc가 떠안게 되는데 연 5% 금리를 가정하면 이자만 600억원입니다.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높은 배당률도 한몫합니다. bhc의 지난 4년간 총 배당액은 4897억원으로, 이는 같은 기간 순이익의 82%에 해당합니다. 한 내부 관계자는 “MBK가 2020년 bhc를 인수한 이후 통상적인 엑시트 시점을 이미 넘겼지만 매각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김병주 회장도 놀랄 정도로 수익률이 좋아 쉽게 손을 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F&B 사업이 외식 가격과 가장 밀접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무분별한 이윤 창출은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실제 bhc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고물가 영향도 있겠지만 MBK로 넘어가면서 본사 공급 물품 가격도 함께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납품가와 판매가를 생각하면 예전보다 10% 더 남지만 이는 모두 본사의 몫"이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을 올리면 또 현장에서 가맹점주만 욕을 먹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KFC 사례는 더 공격적입니다. 사모펀드 오케스트라PE는 2023년 4월 약 700억원에 KFC코리아를 인수한 뒤 2024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인수 전인 2022년 2.7%에서 2024년 5.61%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61억원에서 163억원으로 2.67배 급증했습니다.
결국 이 과정에도 소비자 가격 인상이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PE는 2024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직후인 2024년 6월과 2025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핫크리스피·오리지널 치킨 3조각 기준 총 600원(약 4~5%)을 인상했습니다. 이후 같은 해 12월 KFC를 칼라일그룹에 2000억원에 팔면서, 결과적으로 인수 2년 만에 약 3배 수익을 냈습니다.
약탈적 사모펀드 규제 정책…올해 단추 꿸 듯
국회는 생활물가와 밀접한 먹거리 기업 인수가 계속되면 발생하는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사모펀드 제재 개편안을 내놓은 만큼, 올해 사모펀드 규제 제도화의 첫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병덕·김남근·정혜경·한창민 의원 등 4명이 지난해 7~8월 '사모펀드 규제 강화' 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핵심은 '투명성 강화'입니다. 한창민 의원실은 "현재는 사모펀드가 투자해서 얼마를 벌어가는지 금융위가 모른다"며 "보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 개편안을 반영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유동수·한정애 의원 명의로 올해 1월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각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법안을 냈지만, 올해는 금융위가 직접 법안을 만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만큼 논의가 더 잘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추진하는 만큼 통과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혜지 수습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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