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활용 가능한 도심 부지를 총동원해 수도권 6만호 주택 공급에 나섰지만, 실제 시장에 물량이 풀리기까지 단기 수급 불균형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당장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데요. 특히 서울의 감소 폭은 더 큽니다. 내년 이후 착공 일정을 감안하면, 당분간 공급 부족 국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용산·태릉·과천 '영끌 공급'…심리에는 '긍정적'
정부는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9·7 공급 대책의 후속으로, 부처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도심 내 유휴·가용 부지를 주택 공급 부지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도심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 주택을 집중 공급하고 노후 청사 부지에는 주택과 생활기반시설(SOC)을 함께 조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주택공급 물량은 약 6만호로 판교 신도시 공급 규모(2만9000호) 두 배 수준이고, 공급 면적은 487만㎡로 여의도(2.9㎢)의 1.7배에 해당합니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미군 반환 부지) 등 기존 계획돼 있던 물량을 제외해도 신규 발굴 물량은 5만2300호에 달합니다. 정부는 도심권 국공유지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을 활용해 서울과 경기에 각각 3만2000호, 2만8000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기존 개발계획과의 충돌, 시설 이전, 문화재 보호 문제 등으로 손대기 어려웠던 부지까지 공급 카드로 꺼냈습니다. 용산 정비창은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맞물려 주거 비중 확대가 쉽지 않았던 곳이지만, 이번 대책에서 주택 공급 물량은 오히려 기존 6000호에서 1만호로 늘었습니다.
캠프킴과 501정보대(군 정보부대) 부지를 포함하면 용산 일대에는 총 1만3500호가 공급됩니다. 경기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령부 부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방부의 시설 이전을 통해 통합 개발로 9800호가 조성됩니다.
서울 노원구 태릉CC(골프장) 부지는 세계유산 보호 문제와 주민 반발, 환경 훼손 우려로 개발 계획이 번번이 무산됐던 곳이지만, 이번 대책에 포함돼 6800호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성남시에는 성남금토2, 성남여수2 등 신규 공공주택지구 67만4000㎡를 지정해 주택 6300호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인허가와 보상 절차를 거쳐 2030년 착공을 추진합니다.
정부는 오는 2월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도심 부지와 관련 제도 정비 방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주거 복지 추진 방안을 통해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구체화합니다.
이재평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정책관은 "핵심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에 청년·신혼부부 중심으로 6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최대한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27년부터 착공하도록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르면 2027년 착공…단기 공급 효과 '한계'
정부는 시설 이전이 필요한 부지에 대해 2027년까지 이전 결정과 착수를 마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협의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국방연구원, 501정보대, 강서 군부지, 금천 공군부대 등 13곳에 대해선 올해 중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추진합니다. 과천 경마장 등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은 국무회의를 거쳐 5년 한시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총량 예외 적용을 받도록 합니다.
다만 이 같은 일정은 부지 이전과 인허가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합니다. 시설 이전과 지자체 협의, 환경·문화재 관련 평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 지연이나 공급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주택 물량 확대에 따른 문제를 두고 정부와 서울시 간 마찰이 이어지고 있고,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는 도시 기반시설 포화를 이유로 지자체 반대도 나왔습니다. 태릉CC 개발 역시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공급 규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상당히 늦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물량은 2027년 이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 입주는 2030년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책 발표와 시장 공급 사이에 최소 3~4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수도권 입주 물량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19만5310가구에서 2024년 17만1705가구, 2025년 13만2031가구로 줄었습니다. 2026년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8043가구로, 전년 대비 18.17% 감소할 전망입니다.
내년 물량은 올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서울은 신규 입주 물량 감소 폭이 수도권 평균보다 더 큽니다.
반면 주택 매입을 고려하는 수요는 여전히 견조합니다. 지난달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 매입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9.9%로 집계됐습니다.
중장기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단기 시장 흐름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모듈러 주택 등 신속 공급 방안을 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입주 물량 감소 폭을 보완하기는 어렵습니다.
주택 공급 정책의 성과는 발표가 아니라 입주로 판단됩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입주 물량 감소 국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세종=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