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투자가 올해 첫 정시 출자사업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1000억원을 풀면서, 운용사들의 '생존력'과 '실력'을 가르는 본격적인 경쟁이 막을 올렸다. 단순한 자금 배분을 넘어 누가 살아남고 누가 밀려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지역성장, K-콘텐츠 등 주요 트랙과 평가 기준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모태펀드 운용기관 한국벤처투자가 역대 최대 규모의 1차 정시 출자사업을 개시하며 벤처투자 시장에 대규모 자금 공급을 예고했다. 지역성장·K-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 육성을 목표로 출자 트랙을 세분화했지만, 이번 출자사업에서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을 겨냥한 전용 트랙은 빠졌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 출자를 기반으로 한 벤처캐피탈(VC)의 블록체인 기업 직접 투자는 여전히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제도권 차원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자 현장에서는 제도적 공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진=한국벤처투자)
블록체인 트랙 없는 출자사업···직접 투자는 사실상 '불가'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23일 출자금 2조1000억원 규모의 1차 정시 출자사업 계획을 공고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출자사업과 문화·영화·해양 분야 출자사업으로 구성된 이번 출자사업은 지역성장, 스케일업, 글로벌 진출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담았다.
다만 출자 대상 분야 어디에도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을 직접 겨냥한 트랙은 포함되지 않았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블록체인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현재 구조상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업이 벤처기업 확인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일부 열려 있다. 지난해 9월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벤처기업 신청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이를 통해 VC의 블록체인 기업 투자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확대됐지만,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전용 트랙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벤처기업 요건이 완화되는 등 규제 개선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현재로썬 모태펀드 출자를 통한 블록체인 기업 직접 투자는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VC들의 블록체인 직접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에도 체감도 낮아···"직접 투자까지는 갈 길 멀다"
IB업계는 가상자산·블록체인 투자와 관련해 제도권과 벤처투자 업계 간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7월 '크립토3법'이 하원을 통과하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가상자산 규제 명확화에 속도를 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공개(ICO) 일부 허용,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등 제도권 편입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VC의 직접 투자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국내에서 ICO 허용 및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등 제도권 안착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VC의 토큰 투자 제도가 좀 더 명확하고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 투자가 가능하도록 변경되거나 명확하게 돼야 VC에서 토큰투자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예를 들어 파라메타와 같은 기술기업의 경우 블록체인 카테고리 안에서 토큰분야와 기술분야가 같이 묶여 있다보니 퍼블릭 블록체인 상 발생하는 여러가지 이슈나 부담을 함께 느껴 투자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라며 "산업분류 등에서 블록체인 산업을 좀 더 세분화해 기술기업과 토큰 사업을 하는 기업등과 구분할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IB토마토>는 한국벤처투자 측에 모태펀드 출자사업의 블록체인 부문 신설 가능성, VC들의 블록체인 기업 직접 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방안 검토 여부를 질의하기 위해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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