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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금속은 구리다. 구리는 전력 인프라의 필수 소재로, AI 확산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안정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구리 생산과 공급망 확보가 전제돼야 하지만, 글로벌 구리 시장은 구조적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각국은 AI 패권 경쟁을 의식해 자국 구리 제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AI 대전환을 추진하면서도 핵심 소재 산업에 대한 지원은 개별 산업의 책임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리 제련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 없이는 AI 시대로의 전환 역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IB토마토>는 AI 시대 구리 제련 산업의 중요성과 국내 지원이 부족한 배경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 구리 제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창이다. AI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가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구축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력 인프라의 핵심 소재인 양질의 구리는 AI 산업 성장을 타고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구리는 핵심광물로 지정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전 세계적인 구리 확보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구리 광산 전경(사진=연합뉴스·로이터)
구리 확보위해 앞다퉈 경쟁
세계 각국은 AI 시대로 전환에 앞서 구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한창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구리 제련 시설에 적용되던 대기오염 규제를 철회했다. 구리 제련 산업이 국가 안보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17조원을 들여 구리 등 핵심광물 비축을 선언했다.
세계 구리 제련 능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구리 제련 시설 증설 계획을 세워 제련 지배력을 강화한다. 일본은 자국 기업이 아프리카 등 미개척 지역 구리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출자할 경우 출자액 지원 한도를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했다. 아직 광산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지역을 선점해 안정적인 구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세계 각국이 구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 쏟는 이면에는 AI 산업 패권 경쟁이 있다. AI는 학습과 추론 시 데이터센터 내에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연산 능력이 이뤄진다. AI의 확산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 증가로 이어진다. 전력 인프라에 필수인 구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AI 산업의 필수조건이 된다.
각국의 구리 산업 경쟁력에서 공급망 확충은 필수적이다. 구리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지만, 양질의 구리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대 정광(구리광석을 1차로 가공한 상품) 수출 지역인 남미는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 정광을 공급해 온 탓에 현재 양질의 정광이 동나기 직전이다.
재활용 구리 공급망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도시광산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재활용 구리 공급망은 폐가전, 배터리 등에서 구리를 추출해 자원을 확보한다는 개념이다. 구리 공급망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실정에 도시광산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이래로 구리 등 금속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가 출범했으나 현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재활용 구리 공급망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평가다. 중국으로 유출되는 구리도 다시 고개를 든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관세 당국이 중국으로 몰래 수출되는 구리 스크랩을 단속해 유출량이 잠깐 주춤했으나,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국가들이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구리 가격 추세(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제련소 매출 사상 최대…공급망 자력 강화 어려워
구리 가격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공급 부족 사태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구리 가격의 국제 표준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연간 평균가격은 2020년 1톤당 6180달러에서 올해 13100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금속업계는 올해도 높은 수준의 구리 가격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 구리 산업은 업계 스스로 공급망 경쟁력 강화해야 하는 처지로 파악된다. 업계가 벌어들인 이익을 공급망에 재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구리 가격 상승에 구리 업계가 사상 최대 매출을 세우고 있지만, 이익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2위 제련소를 보유한 LS MnM은 지난해 매출 14조9424억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매출을 실현했지만, 세전 이익은 1411억원으로 매출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구리 제련 업체의 수익은 TC(제련 수수료)로 결정된다. TC는 정광업체와 제련업체 사이의 협상으로 도출되는데, 보통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면 TC가 내려갈 요인이 크다. 올해 구리 제련 TC는 1톤당 0달러로 사실상 제련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에 지속적인 구리 가격 상승, 제련 과정서 발생하는 희토류 등 부산물 판매 등으로 수익을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해외자원개발 지원은 대출 등 융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쟁력 강화 리스크를 기업이 감당하는 구조다. 금속 산업의 낮은 이익률을 고려하면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옆 나라 일본은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공적지원기관(JOGMEC)을 통해 민간 기업 진출이 어려운 지역에서 선행 자원탐사, 금속 제련 산업에 대한 채무 보증, 공급망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등 방식으로 민관이 리스크를 공유한다.
한 금속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력 수요의 폭증이 예상되고 있는데 정부가 구리 산업 경쟁력 강화 임무를 업계에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아라며 "AI 시대에 구리 공급망 확충 등 경쟁력 강화는 국가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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