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23일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기본적인 사실관계 인정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법 통제 범위, 양형 판단 등에선 여러 의문을 남겼습니다. 이에 내란전담재판부는 항소심에서 1심의 논란을 정리하고 사회적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씨의 1심 선고 공판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사진=뉴시스)
전담재판부 가동…1심은 '김용현 진술' 의존해
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고법판사)와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 고법판사)는 이날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고법에 따르면 윤씨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 항소심은 형사1부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항소심은 형사12-1부에 각각 배당됐습니다. 윤씨의 내란수괴 혐의 사건은 이번주 중으로 항소가 이뤄지면 내란전담재판부 중 한 곳에 배당될 예정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가 맡게 될 윤씨의 내란수괴 혐의 2심은 사실관계 인정부터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9일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을 토대로, '윤씨가 비상계엄을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았고 물리력 행사도 자제시켰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엄 결의·준비 과정에 관한 김 전 장관의 법정 증언을 두 쪽 가까이 인용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그간 “윤석열이 2024년 12월1일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윤씨가 계엄에 필요한 병력 규모를 묻자 김 전 장관이 “과거 사례를 보면 최소 2~3만명, 최대 5~6만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에 윤씨는 “그건 너무 많지 않느냐, 최소한으로 할 수 없겠느냐, 병력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도만 보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이를 윤씨에게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도 고려했습니다. 재판부는 “(윤씨가)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사정도 엿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라고 진술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증언과도 배치됩니다.
1심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이 허술했다고 본 또 다른 이유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국회 봉쇄 전략과 이른바 ‘수거 대상’으로 지목된 체포 명단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첩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비교적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장소에서 나왔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1심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보수적으로 채택했다고 평가합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좋게 본다면 최하한의 사실관계, 즉 김용현 진술만으로도 내란수괴죄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증거는 모두 배제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심 판결문은 헌재 결정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헌재가 전원일치 결정을 위해 양쪽 주장을 모두 수렴한 것처럼 1심도 증거 인정을 보수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헌재 결정을 따라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 통치행위' 어디까지?…기준 정립 시급
현직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 역시 항소심에서 재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절차상 문제가 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법상 내란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재판부가 ‘민주당의 입법 독재’나 ‘부정선거’ 등 윤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판부는 “비상계엄 발동의 실체적 요건을 섣불리 사법 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필요한 경우 대통령의 판단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법적 개입의 한계를 언급한 겁니다. 절차적 요건 위반 역시 어느 정도까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에 해당한다고 본 결정적 이유는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점이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로도 행사할 수 없는 권한을 동원했다면, 이는 헌법상 권한 행사라는 외형을 빌린 실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1심 논리만으로는 현직 대통령의 독재 시도를 억제하기에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선 안 된다’는 인용은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군을 동원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그렇다면 군만 동원하지 않으면 전시·사변이 아닌 상황에서도 비상계엄을 선포해도 된다는 것이냐. 이 판결로 우리 사회가 독재로부터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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