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시 공무원, 색동원 '성폭력'에 "정황증거일 뿐"…사안 축소 논란
"정황일 뿐 증거 없어" 발언…법적 증거 가치 사실상 낮춰 해석
직접증거 확보 어려운 성폭력 사건…책임자 발언 적절성 '도마'
피해자 측 "사안 축소 및 왜곡 우려"…인천시 대응 신뢰 흔들
2026-03-10 15:41:27 2026-03-10 16:01:09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있는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 인천시 보건복지국장이 '정황증거일 뿐이다. 처녀막도 다 있다'는 등 사안을 축소 해석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됩니다. 색동원 성폭력 사건은 여성 입소자 전원에게서 성폭력 정황이 발견되면서 피해 규모 및 기간이 상당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경찰은 색동원 시설장을 성폭력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고, 추가 피해자를 조사 중입니다.
 
피해자 측은 해당 공무원의 발언에 대해 "사안을 축소, 왜곡하는 인천시를 신뢰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경찰 송치, 증거 있다고 못 들어"
 
인천시 보건복지국장 신모씨는 지난 4일 <뉴스토마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색동원 사건은) 증거가 없다. 정황 증거로만 가는 것"이라며 "경찰 송치 내용도 정황으로 송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언론 보도에도 19명이 성폭행 당했다고 했지만 실제 송치한 것은 정황증거가 있다는 3명뿐"이라며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피해자들 처녀막이 그대로 있다는 것도 안다. 다 성폭행 당했다는데 피해자는 경찰에서 3명만 인정되지 않았느냐"라며 일부 보도에 나온 내용을 언급하면서 "누가 지어낸 얘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도 했습니다. 색동원 시설 폐쇄 조치에 대해선 "재판이 길어지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일단 선조치를 한 것"이라며 "형이 확정돼야만 행정행위를 할 수 있다"고 여론 때문에 선조치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인천시의 보건복지국장은 3급 지방공무원으로, 장애인복지를 비롯해 인천시의 보건복지 행정 전반의 책임자입니다. 색동원 사건에서는 피해자 보호 및 후속 대책을 총괄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9월부터 경찰의 색동원 압수수색 이후 피해자 지원과 대책을 논의해왔습니다. 사건 피의자인 시설장 김모씨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이후에는 색동원 폐쇄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 색동원 김모씨 등 피의자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김모씨는 색동원에 입소한 여성 장애인들을 성폭행하거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습니다.
 
강화군의 의뢰로 작성된 우석대 연구팀의 색동원 피해 심층 보고서 등을 통해 특정된 피해자 중 경찰이 인정한 피해자는 3명입니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성폭력 정황이 있으면서 구체적인 진술이 가능한 사람들만 피해자로 인정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산부인과 진료 기록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한 일부 사례도 있다고 공대위는 지적합니다. 다수의 피해자가 중증 장애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형사사법 절차에 대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찰은 2008년 개소 이후 시설을 거쳐 간 장애인 87명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폭행 등 피해를 당한 25명을 확인해 조사 중으로, 확인된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지난 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 단체 반발 "인천시 신뢰 하겠나"
 
피해자 측은 해당 발언에 대해 2차 가해성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장종인 공대위 위원장(인천장차연 사무국장)은 "인천시는 해당 사건에 책임이 있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신뢰할 수 있겠냐"며 "피해자가 19명이면 큰 사건이고, 3명이면 별 것 아니라는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책임자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배수진 여성변호회 변호사는 "통상 성폭력 사건은 직접적인 물적 증거 확보가 어렵고,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라며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당 사건이 폐쇄적인 시설에서 10년 간 발생한 것임을 감안하면 '직접 증거' 확보는 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박선경 공대위 공동위원장(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장) 역시 "강간만이 성폭력이 아닌 데다 산부인과 진료 기록만으로 모든 피해 정황이 나올 수 없다"며 "조직이나 피부 상태가 변형되려면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어야겠느냐"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증거를 종합해 지속성을 나타낼 수 있는 이른바 '정황 증거'가 수집된 것이지만, 진료기록이 없다고 해서 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처녀막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이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인 소위 '처녀막'이라는 것이 성관계 유무를 증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입장을 묻자 신 국장은 "실무자들이 경찰에서 업무보고를 하면서 나온 얘기"라며 "송치 내용에도 정황 증거만 있다고 나와 있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이어 "범죄가 사실이면 엄벌에 처해야 하고, 피해자가 있다면 다시는 일어나서도 안되고, 치료도 해줘야한다고 본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천시청 관계자도 "(언론보도에) 과장된 내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비슷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청사. (사진=인천시)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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