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10년 만에 AI와 재회…'바둑의 미래' 그린다
이 9단, AI 스타트업 인핸스와 '에이전틱 AI' 시연
바둑 프로그램 '음성' 개발에 단 20분 소요…대국까지 진행
"AI, 경쟁 아닌 문제 해결 협업 파트너"
2026-03-09 16:11:10 2026-03-09 16:24:08
[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이세돌 9단이 바둑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 10년 만에 다시 인공지능(AI)과 마주 앉았습니다. 10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이 이미 완성된 AI 모델과 인간의 대결이었다면, 이번 행사는 인간과 에이전틱 AI의 협업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데요. AI와 인간이 창조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새 시대를 공표한 상징적 자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9단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아라홀에서 열린 AI 스타트업 인핸스 주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이 9단과 이승현 인핸스 대표의 바둑 AI 모델 개발 회의로 시작했습니다. 이 9단은 AI 운영시스템(OS)를 '유아'로 이름 짓고 이와 협업, 즉석에서 교육용 바둑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요. 음성 명령을 통해 코딩과 디자인을 지휘하고 완성된 AI 게임 모델을 상대로 짧은 대국까지 선보였습니다.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인핸스 주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여했다. (사진=인핸스)
 
이날 행사는 인간과 AI의 대결이 아닌 '협업'에 방점을 뒀습니다. 이는 2016년 알파고 대국과 가장 큰 차이로, 지난 10년간 일어난 AI 기술과 인간 사용자의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인핸스는 인간의 의도와 데이터의 관계를 이해하는 '온톨로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이전트 AI란 인간의 요청에 따라 사용자의 권한을 받고 기획·실행·생성·구동 등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AI를 말합니다.
 
이 9단과 이 대표의 회의 이후, AI 유아는 "회의록 정리가 끝났다"며 "바둑 게임 앱을 같이 기획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곧바로 프로젝트 매니저(PM) 에이전트가 등장해 앱 기획을 위한 리서치를 진행했는데요. 회의록 분석, 바둑 관련 트렌드와 앱 개발, 바둑 교육 관련 자료 분석이 이어지며 프로그램 개발의 방향성이 잡혔습니다. 이어 디자인 에이전트가 등장, 게임 디자인 방향을 묻는 등 작업 수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코딩에는 앤트로픽사 클로드의 오푸스(OPUS)가 활용됐습니다.
 
완성된 바둑 게임에는 흑백 선택, 새 게임 선택, 패스, 기권, 되돌리기, 형세, 계가, 분석, 바둑 선생 등 기능이 탑재됐는데요. 이 9단이 제안한 9줄 모드를 포함, 13줄, 19줄 바둑판이 제공됐습니다. 이후 펼쳐진 짧은 대국에서 흑돌을 쥔 이 9단은 "지금 장고하긴 좀 그렇다"며 빠르게 착수를 이어갔습니다. AI의 응수에 이 9단은 "사람이 이기기 어려운 수준으로 두고 있다"고 감탄했습니다. 이 9단은 대국 중간 '바둑 선생' 기능을 켜 AI가 추천한 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이 9단은 "과거 알파고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며 "불과 20분 만에 이러한 수준의 AI 모델을 만든 것이 놀랍다"고 소회를 드러냈습니다. 게임 시연 종료 후 이 9단은 AI 유아에 '전화 걸기'를 지시했는데요. AI 유아는 현장에 참석한 청중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소감을 청했습니다. 이어 AI 유아는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며 스스로 네이버 쇼핑 화면에 접속, 이 9단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걸그룹 '오마이걸'의 앨범을 검색해 주문과 결제까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9단은 "(AI가) 사람이 이기기엔 어려운 수준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바둑 선생과 같은 기능이 특히 놀라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기술적인 측면이 바둑의 전부는 아니"라며 "개인의 개성과 대국 상대와의 사적인 대화 같은 인간적인 관점도 한 수 한 수에 반영된다. 따라서 AI는 AI일 뿐이고 사람의 바둑은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 알파고 대국이 인간과 AI의 경쟁을 상징했다면, 이제 AI는 인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파트너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인핸스의 핵심 기술인 온톨로지, 에이전틱 AI, LAM을 표준화해, 전 세계 기업이 에이전틱 AI와 협업할 수 있는 AI OS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엔 앤트로픽,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행사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같은 날 이 9단과 인핸스의 글로벌 AI 캠페인 영상은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과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등 세계 주요 도시 옥외 전광판에 송출됐습니다.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인핸스 주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승현 인핸스 대표(왼쪽)와 이 9단의 모습. (사진=인핸스)
 
허예지 기자 ra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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