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지난해 초유의 코스피 거래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또다시 매매 중단 사고가 터졌습니다.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강행하는 가운데 정작 현행 시스템 안정성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전산장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통보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서, 거래소의 인프라에 대한 불신과 함께 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12시40분부터 15시까지 KODEX WTI원유선물(H) 매매거래가 중단됐습니다. 거래소 측은 "시가 단일가의 상한가 배분 호가 잔량이 CB 발동 후의 단일가 매매 체결(상한가 배분) 과정에서 데이터 불일치로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이에 베팅하려던 개인투자자 및 기관과 유동성공급자(LP)등의 수요가 몰리자 거래소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이번 장애가 상장지수상품(ETP)(△ETF△ETN 등)에 한정돼 발생, 기타 주식 상품군에는 별도의 영향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업계 현장에서는 불만 섞인 우려가 터져 나옵니다. 일선 증권사 ETF·ETN 거래 부서의 한 관계자는 "신규 주문은 물론 기존 주문의 정정과 취소까지 모두 불가능했다"면서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 대한 안정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거래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로 증권사에 적지 않은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사진=한국거래소)
금감원은 사태가 발생한 9일 오후, 즉각 주요 증권사 및 거래소의 정보관리책임자(CIO)들을 소집해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주 증권사 MTS 오류를 주시하던 금감원이 거래소 사태를 기점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로부터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받는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별도 검사를 나가거나 향후 계획된 검사에서 해당 사안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량 급증이 사고의 불가피한 핑계가 될 수는 없다"며 현장 검사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거래소는 이번 거래 중지에 대해 '특이한 케이스' 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거래 중단이 이목을 끄는 것은 한국거래소가 12시간 거래 연장 및 24시간 거래 연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위해 인프라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기초적인 과부하조차 견디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무리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전산이 불안한데, 거래가 몰리거나 앞으로 프리 및 애프터 마켓 진출했을 때도 이런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면서 "거래시간 연장안 공청회에서도 '전산 시스템은 특별한 것 아니다, 어렵지 않다'라고 해놓고서 장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거래소의 전산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3월18일 코스피 상장사인
동양철관(008970) 종목에서 자전거래 방지(SMP) 기능이 작동하던 중에 데이터 누락 오류가 발생하며 코스피 전 종목에 대한 거래가 약 8분간 중단됐습니다. 금감원은 사고 발생 일주일 만인 25일 전산장애 관련한 거래소 현장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대한 제재안은 아직 거래소에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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