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의 혁신, 그 화려함 뒤에 숨은 '사람 없는 기술'
고객센터 앞세워 뒤에 숨은 무책임한 행태
2026-04-22 10:58:24 2026-04-22 11:31:21
카셰어링 업계 1위를 달리는 쏘카 (사진=쏘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뉴스토마토 임삼진 기자] 두 달쯤 전부터 경험해온 쏘카의 서비스는 감동 그 자체였다. 특히 프리미엄 서비스인 '블랙라벨'과 차량 배달 서비스 '부름'은 공유 모빌리티가 도달할 수 있는 서비스의 정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집 앞까지 청결하게 관리된 차량이 배달되는 이 놀라운 서비스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저비용으로 완벽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특히 블랙라벨은 철저한 위생 관리와 최상급의 차량 컨디션, 세심한 어메니티까지 갖추어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에서 느꼈던 일말의 불안감을 완벽한 만족감으로 치환시켰다.
 
놀라운 수준의 쏘카, 그 카셰어링 혁신의 이면
 
이러한 서비스 혁신의 배경에는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재웅 이사회 의장의 '본질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의장은 복귀와 동시에 카셰어링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쏘카를 단순한 차량 대여 업체를 넘어선 ‘데이터 기반 기술 기업’으로 재정의했다.
 
그 핵심 전략은 쏘카만이 가진 독보적인 자산인 '사고 데이터'와 '실시간 주행 데이터'에 있다. 쏘카는 약 2만5000대의 차량을 직접 운영하며 확보한 22만 건 이상의 사고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에지 케이스(Edge Case, 예외적 돌발 상황)' 학습에 있어 테슬라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갖는다.
 
이재웅 의장은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주행 전 과정을 판단하는 'E2E(End-to-End) 자율주행 모델'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차를 빌려주는 시대를 지나, 사고 데이터로 안전을 설계하고 자율주행으로 이동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쏘카의 행보는 도시 교통 문제 해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내 차 없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기에, 기자는 최적화된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쏘카가 열어가는 '공유의 미래'를 격찬하며 가는 곳마다 그 장점을 소개해 왔다.
 
믿었던 쏘카의 철저한 배신과 무너진 신뢰
 
그러나 이번 주 월요일 새벽, 기자는 그간의 믿음을 배신당하는 쓰디쓴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새벽 5시 30분, 충주 골프 모임을 위해 집 앞으로 불러둔 전기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쏘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30분간 사투를 벌였으나 결국 포기해야 했고, 6시경 급히 택시를 불러 출발했다. 하지만 이미 지체된 시간 탓에 도착 예정 시간은 티업 시간을 30분이나 넘기고 있었다. 결국 택시 안에서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견인차에 실려 가는 고장 난 차량을 보았다. 자동차라는 기계장치는 언제든 고장 날 수 있기에, 모처럼의 휴가가 망가지고 동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컸지만 쏘카라는 기업 자체에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배신'은 그 이후의 대응에서 나타났다. 낮 1시경, 라운딩을 마친 일행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갑작스러운 불참에 따른 거액의 위약금을 면하려면 차량 고장을 증빙할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상식적인 요청이었다. 기자는 즉시 쏘카 고객센터에 확인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잠시 후 전송된 서류는 카드 매출 취소로 인해 이용료가 0원으로 찍힌 '이용내역서'가 전부였다. 고객센터는 "고장 확인서는 양식도 없고 발급할 수도 없다. 고객센터는 시스템을 수정할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고장'이라는 단어 한 줄이 담긴 문서가 절실한 고객에게, 그들은 시스템상 권한이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세 차례에 걸친 한 시간 넘는 통화 끝에 상담원은 "본사에 요청했으니 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기다리라"는 말만 남겼다. 골프장에서 발이 묶인 일행들의 사정을 읍소해도, 본사와는 이메일로만 소통할 뿐 담당자 연락처조차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오후 4시 52분에 도착한 문자는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시동 장치 고장으로 확인되며 현재는 수리 완료된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서류와 증빙이 절실한 고객에게 차량 수리가 끝났다는 정보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와중에 "메일로 보내주겠다"던 약속은 24시간이 지난 화요일 오후까지도 "본사에 요청했으니 기다리라"는 무책임한 전가로 이어졌다. 고장이 발생한 지 51시간, 서류를 요청한 지 44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쏘카는 묵묵부답이다. 실로 황당한 일이다.
 
'사람 존중'은 기술과 혁신의 기반이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혁신 기업이라 자부하는 쏘카의 본모습인가. 이재웅 의장이 그토록 강조하던 기업가 정신이 고작 고객센터 뒤에 숨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었나 묻고 싶다. 쏘카의 대응은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 행정보다 더 경직되어 있었다. 현장은 깜깜이로 운영되고, 본사는 책임의 뒤편으로 숨어버리는 구조는 혁신이 아니라 '비겁한 회피'에 가깝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 윤영미 대표는 "고객센터를 앞세워 본사가 깜깜이로 숨는 것은 소비자 무시를 넘어선 기만"이라며, "혁신 기업들이 기계와 데이터만 맹신하며 정작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쏘카에 묻고 싶다. 당신들이 말하는 미래 기술에 '사람'에 대한 존중은 포함되어 있는가. 차가 멈추지 않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일상을 책임지는 기술과 태도다. 데이터는 쌓았을지 몰라도 신뢰를 잃어버린 기업에 미래는 없다. 쏘카는 지금 즉시 무책임한 행정을 멈추고, '이동의 자유'를 믿었던 소비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자는 앞으로도 쏘카를 애용할 것이다. 편리함과 혁신이라는 가치를 여전히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사람을 소외시키고,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무책임한 배신이 도사리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쏘카가 진정으로 꿈꾸는 미래가 '이동의 민주화'라면, 그 출발점은 정교한 알고리즘이 아닌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장 확인서를 요구한 기자에게 쏘카가 보낸 이용내역서(사진=임삼진 기자)
 
임삼진 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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