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하도급 대금 문제로 감독 당국 제재를 받아온 한온시스템이 근래 결제 주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도급 거래 관행을 개선한 것은 긍정적이나 대신 현금흐름이 나빠진 흐름이 뚜렷합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포드 등 완성차업체에 자동차용 공조 제품(에어컨, 히터 및 엔진 냉각 시스템 등)을 제조·납품하는 업체입니다.
앞서 공정위는 한온시스템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9개 수급사업자에게 자동차 공조 시스템 관련 금형 제조를 위탁하면서 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14억7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한온시스템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목적물 수령 증명서 미발급, 검사 통지 의무 위반 등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9개 수급사업자에게 상환 기일이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하는 어음 대체 결제수단으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며 수수료(9499만원)를 주지 않았고, 8개 사업자에게는 지연이자(13억9236만원)를 미지급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금형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구두계약 및 대금 지연 지급 행태 등을 적발해 제재한 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감독 당국의 철퇴는 한온시스템의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습니다. 한온시스템의 하도급 대금 관련 매입채무는 최근 5년 내 2023년이 가장 높았습니다. 부품과 소재를 외상으로 구매한 내역인 매입채무가 올랐다는 것은 매출이 커졌거나 결제 주기가 길어졌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와 맞물려 2023년 이후 매입채무는 확연히 꺾였습니다. 작년 연결 기준 유동 매입채무는 약 1조2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유동 재고자산은 약 13%, 유동 매출채권은 약 14% 증가했습니다. 창고에 재고가 늘어남에도 매입채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대금 결제 주기를 앞당겼거나 밀린 대금을 상환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공정위 제재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국내 본사의 관련 특징이 부각됩니다. 별도 기준 유동 매입채무는 2023년 말 약 7064억원에서 2025년 말 약 4592억원으로 2년 만에 35%나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서 11.6%로 8.4%포인트나 줄었습니다. 해외 종속회사 등을 제외한 본사 단에서 하도급 거래 개선 조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자금이 묶이는 기간이 길어지며 재무 부담은 커졌습니다. 유동 재고자산은 연결 기준과 마찬가지로 2023년 1679억원에서 작년 1890억원까지 꾸준히 커졌습니다. 유동 매출채권은 2024년 1조3829억원에서 작년 1조775억원으로 줄었지만, 대신 비유동 매출채권이 작년 5107억원 처음 계상됐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현금흐름은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부터 매년 대규모 적자입니다. 특히 영업활동의 자산 부채 변동 항목에서 매년 4000~5000억원씩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차입금을 늘렸습니다.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습니다. 유동성이 마르자 2023년 1804억원에 달하던 배당금 지급액은 2024년 363억원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2025년과 올해 배당은 전면 중단(0원)됐습니다.
유동성 압박은 수익성마저 갉아먹었습니다. 2024년 73억원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작년 1118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2169억원이라는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대규모 차입으로 금융비용이 1636억원이나 발생했고 지분법손실(1873억원)까지 겹친 탓입니다.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한온시스템은 과거(2015~2017년)에도 45개 업체를 상대로 한 납품대금 부당 감액으로 고발 조처됐습니다.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는 원청의 연대 책임을 묻는 유럽 공급망실사법(CSDDD) 규제 환경에서 현대차 등 핵심 고객사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위반 행위가 시정되지 않으면 규정상 원청 대기업은 해당 협력사와 거래를 단절해야 하지만,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등 고도화된 핵심 부품을 독과점 수준으로 공급하는 한온시스템을 단기간에 교체하는 것은 어렵다”며 “고객사로 위험이 전이되지 않기 위한 자체적인 쇄신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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