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 기술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분야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업계가 CXL 등 차세대 기술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의 CXL 메모리 모듈 D램(CMM-D) 제품. (사진=삼성전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CXL 기반의 메모리 시스템 ‘판게아 v2’ 관련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판게아 v2는 한 개의 메모리 창고에 CXL D램 모듈(CMM-D) 22개를 연결한 형태로, 5.5테라바이트(TB) 규모의 메모리를 서버들이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는 논문에서 기존 메모리 연결 방식(RDMA) 대비 데이터 전송 성능이 최대 10.2배 향상됐으며, 병목은 최대 96%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CXL은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인터커넥트 기술로,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가 하나의 ‘메모리 창고’를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기존에는 AI 서버의 GPU와 CPU에 개별로 메모리를 탑재해야 했지만, CXL이 도입되면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메모리 효율성을 끌어올려 총소유비용(TCO)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CXL은 아직 초기 단계로, 업계는 컨소시엄을 이뤄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인텔, AMD, 델, IBM, 알리바바, 구글 등이 CXL 컨소시엄을 이뤄 제품 표준화 작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최신 규격은 CXL 3.2로, 삼성전자는 이 규격을 기반으로 한 ‘판게아 v3’를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CXL 시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은 올해 21억달러, 2028년에는 15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비디아는 올해말 선보일 ‘베라 CPU’에서 CXL 3.1을 지원할 예정으로 시장 확대가 기대됩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2025’에서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탑재한 CMM(CXL 메모리 모듈)-Ax 데모를 전시했다. (사진=SK하이닉스)
메모리 업계는 CXL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2년 CXL D램을 공개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CMM-DDR5 96기가바이트(GB) D램의 고객 인증을 완료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2024년 CXL-D램 제품을 최적화하기 위한 이종 메모리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HMSDK)를 개발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박준덕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고객 인증을 완료한 CXL 2.0 기반 1세대 메모리에서 더 나아가 3.0을 지원하는 2세대 제품에서 더 향상된 용량과 성능을 구현해 신규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CXL 2.0 기반 메모리 확장 모듈을 내놓으며 시장 추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가 CXL 생태계 확장에 나서는 배경에는 중국과 메모리 기술 격차를 내기 위함으로도 분석됩니다. 아직 초기 시장인 CXL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모습입니다. 현재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경우 올해 4세대 HBM(HBM3) 8단 제품 양산에 뛰어드는 동시에 12단 HBM 양산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올해 기업공개(IPO)로 약 42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추격이 거센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에서 메모리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메모리 확보뿐만 아니라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면서 “CXL 시장이 확장된다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늘려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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