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농협 ‘무늬만’ 차량 2·5부제…국책 기업은행마저 위반
2026-04-30 06:00:00 2026-04-30 07:40:55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지유·이재희 기자] 정부의 에너지 절감 기조에 맞춰 금융권이 차량 운행 제한을 줄줄이 시행하고 있지만 '무늬만 차량 2·5부제' 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형 은행뿐만 아니라 국책은행조차 규칙을 어긴 차량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시중·국책은행 출근 차량 다수 위반
 
<뉴스토마토> 취재진이 29일 오전 7시부터 8시 사이 서울 주요 은행 본점 출근 시간대 하나금융지주(086790) 본점과 기업은행(024110) 본점,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본점의 차량 출입 현황을 점검한 결과 차량 2부제와 5부제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습니다. 특히 차량 2부제를 의무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행에서 위반 차량이 무려 30%에 달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부제는 날짜 기준으로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홀수일에는 홀수 번호 차량만 짝수일에는 짝수 번호 차량만 운행할 수 있습니다. 5부제는 요일별로 번호 끝자리를 제한하는 제도로 월요일에는 번호판 끝자리 1·6, 화요일에는 2·7, 수요일에는 3·8, 목요일에는 4·9, 금요일에는 5·0에 해당하는 차량의 운행이 제한됩니다.
 
이날 오전 7~8시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금융 본점에서는 총 44대의 차량이 진입했는데요. 이 중 17대가 차량 운행 제한을 미준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부제 위반 차량은 5대, 2부제 위반 차량은 12대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위반 차량 중 번호판이 '허·하·호'로 시작하는 고급 렌터카 및 리스 차량이 20여대 이상 다수 포함돼 있었던 만큼 임원과 법인 차량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본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같은 시간 농협은행 본점 지하주차장에 진입한 차량 32대 중 10대(5부제 2대·2부제 8대)가, 농협중앙회 본점에 진입한 44대 중 16대(5부제 0대·2부제 13대)가 각각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을지로 소재 기업은행 본점에는 총 45대의 차량이 출입한 가운데 2부제 기준을 위반한 차량이 13대에 달했습니다. 이 중 임원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고급 렌터카 및 리스 차량도 6대 포함돼 있었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절감 기조에 맞춰 금융권이 차량 2부제와 5부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무늬만 제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본점 주차장 입구. (사진=뉴스토마토)
 
은행들 "자율 운영 구조상 한계"
 
농협금융은 지난달 말부터 5부제를 도입했으며 이달부터 2부제로 강도를 높였습니다. 5부제는 전 계열사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2부제는 직원 자율하에 운영하고 있고,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2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시행지침에 따라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일 직원이 직접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회 미준수 시 경고, 3회 이상 위반 시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장애인·임산부 차량, 전기·수소차, 긴급·의료 목적 차량 등은 예외로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금융에서는 2부제는 자율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미준수 시 별도 페널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임직원들이 제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농협은행 측은 직원 차량에 대해서는 출입 스티커를 통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요일에 맞지 않는 차량은 원칙적으로 출입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같은 출입구를 사용하는 마트 이용객 등 외부 차량이 혼재되면서 일부 위반 차량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직원 차량 통제는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현장에서 확인된 차량은 외부 고객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실제 차량 운행 제한 준수를 위한 출입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는 곳은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출근 시간대처럼 직원 차량이 몰리는 시간에는 경비 인력의 육안 확인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날 한 은행의 건물 차량 관리 직원은 차량 운행 제한 관련 별도 통제는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도 내용은 알고 있는데 '권고' 수준이다 보니 별도 통제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보여주기식 참여'를 넘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관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량 2·5부제는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지만 민간기업이다 보니 권고 수준하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명확한 페널티가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보여주기식 참여'를 넘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관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재 하나금융지주 본점 주차장에 운행 제한 미준수 차량이 진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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