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논란 ‘뇌혈관 진단비’, '부지급 분쟁'으로 번져
2026-06-15 15:23:03 2026-06-15 15:46:58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과거 보험업계 대표 판매 상품이었던 뇌혈관질환(뇌출혈·뇌졸중·뇌경색) 진단비 특약이 최근 보험금 부지급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뇌혈관질환 환자와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면서 진단 기준과 약관 해석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도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환자 늘고 보험금 청구 급증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 관련 소송과 민원 현장에서는 뇌혈관질환 진단비 분쟁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에서 보험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하는 손해사정사 A씨는 "보험업계 현장에서는 뇌혈관 진단비 관련 분쟁이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전문의 진단과 보험사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뇌혈관질환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에 따르면 뇌혈관질환(I60~I69) 환자 수는 2018년 96만7311명에서 2022년 117만1534명으로 21.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뇌졸중(I60~I64) 환자도 59만1946명에서 63만4177명으로 7.1% 늘었습니다.
 
진료비 부담도 커졌습니다. 뇌혈관질환 연간 진료비는 2018년 2조3166억원에서 2022년 3조52억원으로 29.7% 증가했고, 뇌졸중 진료비 역시 1조8953억원에서 2조4457억원으로 29% 늘었습니다. 환자 증가와 의료비 확대가 보험금 청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보험금 지급 거절 민원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 관련 피해 구제 신청 930건 중 85.8%(798건)는 보험금 지급 거절과 관련됐습니다. 지급 거절 사유 가운데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이 67.4%(538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대표 사례로는 대학병원에서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를 받고 경동맥 폐쇄 및 협착 진단을 받은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유의미한 혈관 협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급을 보류한 경우가 있습니다. 보험사는 의료 자문 동의를 요구하며 심사를 중단했고 소비자는 분쟁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약관 해석 차이가 분쟁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뇌졸중 진단이 전문의 판단뿐 아니라 CT·MRI·뇌혈관조영술 등 객관적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은 의료기관 진단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별도 의료 자문이나 내부 의료 인력 판단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연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뇌경색을 유발하지 않은 혈관 폐쇄·협착(I65·I66)이나 기타 뇌혈관질환(I67) 등은 약관 해석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분쟁이 집중되는 영역으로 꼽힙니다.
 
뇌혈관질환과 관련된 진단코드는 △거미막하 출혈(I60) △뇌내출혈(I61) △기타 비외상성 두개 내 출혈(I62) △뇌경색증(I63) △출혈 또는 경색증으로 명시되지 않는 뇌졸중(I64) △뇌경색증을 유발하지 않은 뇌전동맥의 폐쇄 및 협착(I65) △뇌경색증을 유발하지 않은 대뇌동맥의 폐쇄 및 협착(I66) △기타 뇌혈관 질환(I67) △달리 분류된 질환에서의 뇌혈관 장애(I68) △뇌혈관 질환의 후유증(I69) 등입니다.
 
IFRS17 도입 앞둔 과열 경쟁, 결국 분쟁 불씨로
 
업계에서는 현재의 뇌혈관 진단비 분쟁이 과거 보험사들의 판매 경쟁이 남긴 후유증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습니다. 2018~2019년 보험사들이 뇌혈관질환 진단비 보장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면서 손해율 악화와 건전성 부담 우려가 이미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집중했습니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이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해지면서 보험사들은 건강보험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습니다. 암·심장질환과 함께 3대 질환으로 꼽히는 뇌혈관질환은 핵심 판매 상품으로 부상했습니다.
 
보험사들은 진단비 한도를 잇달아 높였습니다. 2019년 1월 기준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유병력자 대상 뇌혈관질환 진단비를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했고, 삼성화재는 2000만원, DB손해보험은 최대 3000만원까지 보장 한도를 높였습니다. 당시 설계사 시장에서는 '진단비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매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금융당국도 예의 주시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치매보험과 유사암보험 과열 경쟁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뇌혈관질환 진단비 확대 경쟁도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보장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판매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율 상승과 보험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당시부터 경고도 나왔습니다.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장은 "보장이 확대되면 손해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결국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분쟁 증가가 이러한 우려의 현실화로 보고 있습니다. 보장 확대 경쟁 속에 판매된 계약들이 가입 후 수년이 지나 본격적인 보험금 청구 단계에 진입하면서 보험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단비 특약은 지급 건수 증가만으로도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보험사들이 진단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전문의 진단과 보험사 의료 자문 결과가 반복적으로 충돌할 경우 관련 민원과 소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판매 경쟁 과정에서 확대된 뇌혈관질환 진단비가 이제는 보험금 지급 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혜명심의료재단 울산병원 뇌혈관센터 의료진들이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심뇌혈관시술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울산병원)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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