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0주'…드러난 자본시장 체급
같은 인수단 다른 성적표…일본 22억달러 확보, 한국은 전량 취소
오픈AI·앤트로픽 IPO 줄대기…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 경쟁 본격화
2026-06-15 16:40:29 2026-06-15 16:57:54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사상 최대 흥행을 기록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단 한 주의 공모 물량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일본이 62억달러의 청약 수요를 바탕으로 22억달러 규모 물량을 확보한 반면 한국은 11억달러를 모으고도 0주에 그치면서 글로벌 투자자 유치 경쟁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체급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배정 실패를 넘어 한국 금융권의 글로벌 IPO 시장 내 영향력과 협상력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첫 거래일 공모가(135달러) 대비 19.22% 오른 160.9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번 IPO는 총 750억달러 규모로 진행됐으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역대 최대 규모 흥행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유일하게 글로벌 인수단에 참여해 개인 전문투자자와 법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약 231만4815주, 3억달러 규모 물량을 배정받을 예정이었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단 한 주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청약 증거금은 전액 반환됐습니다.
 
반면 일본은 대규모 투자 수요를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IPO에 62억달러 규모 청약 수요를 제출했으며 최종적으로 22억달러 규모 물량을 배정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개인투자자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청약 규모는 약 11억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당초 각각 3억달러 규모 물량을 배정받을 예정이었지만 최종 결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한국은 물량이 전량 취소된 반면 일본은 22억달러 규모를 확보했습니다. 경쟁률 역시 한국은 3.6대1, 일본은 20.6대1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국은 사모 방식으로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 반면 일본은 공모 방식으로 개인투자자까지 참여하면서 투자 수요 규모에서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배정 실패라기보다 글로벌 투자자 유치 경쟁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스페이스X IPO에는 전 세계에서 2500억달러 규모 기관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최종 배정 과정에서 실제 투자 수요와 기관 네트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 골드만삭스에 배정 무산 사유를 문의한 상태지만 아직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최종 배정 권한은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에 있다. 골드만삭스가 청약 규모가 큰 인수단과 장기 보유 성향의 기관투자자들에게 물량을 우선 배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투자 수요 규모뿐 아니라 글로벌 기관 네트워크와 시장 영향력도 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IPO 시장은 대표 주관사가 최종 배정 권한을 갖고 있어 투자자 구성과 장기 보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구조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초대형 IPO는 머니 게임"이라며 "미국 자본시장은 냉정하게 돈의 논리로 움직인다. 이번 스페이스X 배정 결과도 결국 누가 더 많은 투자 수요를 모았느냐의 문제였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IPO 시장 내 위상과 협상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는 한국 증권사들이 글로벌 대형 딜에서 여전히 주류가 아닌 하위 판매 대리인(Selling Group)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서학개미 규모는 비대해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협상력과 자본시장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초대형 IPO가 예정된 만큼 이번 사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 대형 증권사 IB 임원은 "향후 글로벌 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자 기반 확대뿐 아니라 해외 주관사와의 네트워크 구축, 현지 시장 내 영향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는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한국 금융권이 풀어야 할 과제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IPO를 축하하는 회사 임직원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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