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물가까지…한국경제 흔든 '중동전'
다시 열린 호르무즈…유가 하락에도 공급 정상화 시간 필요
국내 물가 압력 지속…인플레 압박에 하반기 금리 인상 불가피
2026-06-15 17:36:54 2026-06-15 17:51:0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106일 만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고유가·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 위기에 시달려온 한국 경제도 한시름 놓게 됐습니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단기 불확실성은 빠르게 완화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남긴 충격은 깊습니다. 훼손된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할뿐더러, 전쟁 기간 누적된 국내 물가 압력은 금리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전쟁 먹구름은 걷혔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고물가·고금리 등은 하반기 한국 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가 급한 불 껐지만…고물가 불씨 여전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런던 ICE 선물거래소와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과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일제히 하락, 각각 4%가량 떨어진 배럴당 83달러, 81달러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앞서 국제유가는 지난 2월28일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60달러대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전쟁 직후 빠르게 치솟았습니다. 실제 3월9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9.50달러, WTI는 배럴당 119.48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한때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며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전쟁 종전 소식에 국제유가는 빠르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가격 안정과 실물 공급망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본 중동 산유국 생산시설이 재가동되고, 물류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물가도 당장 안심하긴 어렵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더라도 물가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 급등 영향은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를 거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나타납니다. 유가가 일부 안정되더라도 이미 오른 원가 부담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뒤늦게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8.4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2.5% 상승했습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5.2% 급등하면서 기업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석유류 가격 급등에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면서 3%대로 올라섰습니다.
 
빨라진 금리 인상 시계…성장률 반등 제한적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리 인상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와 환율발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자,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습니다. 앞서 신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사에서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약 2주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내 2회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당장 내달 16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문제는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투자 여력이 취약한 중소·영세기업의 경영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동 전쟁이 남긴 상흔이자 하반기 한국 경제를 짓누를 부담 요소입니다. 
 
더불어 전쟁 종료로 원유 수급난이 해소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국내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리기엔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종전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가 이뤄지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1%포인트 수준으로만 높아질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이란 종전 협상으로 유가는 80달러 선 이하로 내려가고 금융시장은 안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곧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회의 등도 다가오면서 금리 변수로 인한 노이즈 발생 가능성이 있다.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내 유가 하락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유가 정보판.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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