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 보상 기준 마련에 착수했지만, 업계가 기대하는 수준의 보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적정 마진’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손실 보전 기준으로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를 요구해온 정유업계와도 시각차가 뚜렷해서입니다. 최고가격제 종료 기대와 달리 정부가 가격 상한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속앓이도 길어질 전망입니다.
서울 시내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석유판매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열흘간의 의견 수렴에 돌입했습니다. 정부는 정유사의 실제 생산·판매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 보전액을 산정하고 ‘적정 마진’을 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원유 도입 비용과 운송비, 보험료, 감가상각비, 인건비, 유통비 등 생산·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인정하되, 업계가 요구해온 ‘MOPS’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기회손실 보상’보다는 ‘실제 발생한 비용 보전’에 무게를 둔 셈입니다.
앞서 정유업계가 손실 보전 기준으로 ‘MOPS’를 요구해 온 이유는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기회손실’을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서입니다. MOPS는 국제 석유제품 거래의 기준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가격을 왜 자꾸 얘기하냐면 그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정부가 수출을 통제하고 내수 중심으로 판매하라고 하면서 가격을 묶어 놓은 것”이라며 “높은 가격에 수출로 챙길 수 있던 이익을 포기했으니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업계는 정상적인 시장 논리에 따라 수출했다면 충분히 거뒀을 이익을 3조~4조원대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정유산업 특유의 원유 도입과 판매 시점의 시차 문제도 거론됩니다. 업계는 지난 3월~4월 고유가 시기 비싼 가격에 원유를 도입했습니다. 향후 국제 유가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제품 판매 가격도 함께 낮아져 비싸게 산 원유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유가 상승기에 확보한 이익으로 하락기의 손실을 상쇄하지만, 정부의 최고가격제 조치로 상승기 이익을 비축할 기회가 원천 차단됐다는 입장입니다.
주요 정유사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설비 고도화 투자와 뼈를 깎는 경영 효율화로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우수 정유사일수록 산정되는 원가 자체가 낮아져 결과적으로 보상액마저 줄어드는 ‘역차별’도 논란입니다. 또 원유를 정제할 때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여러 제품이 끓는점에 따라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연산품의 물리적 특성상 개별 석유제품의 정확한 생산 원가를 무 자르듯 발라내기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국제 유가 안정세로 최고가격제 종료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부는 가격 상한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6차 최고 가격인 휘발유 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물가 안정과 중동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통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명확하고 현실적인 손실 보상안부터 조속히 확정해 기업이 떠안은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