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면서 완성차 업계의 생존 전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방산·군수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기아(000270)가 대형 버스 생산을 중단하고 수익성 높은 다목적차량(PBV) 등으로 집중하는 사업 재편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생산하는 전술차 '울프2'. 벤츠 SUV 'G클래스' 기반의 군용으로 개조한 모델. (사진=독일군 홈페이지 갈무리)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프랑스 르노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방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10여년 전 군용 차량 생산을 담당하는 ‘GM디펜스’를 설립한 GM은 최근 록히드마틴과 범용 무기 공급 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방산 사업에 재진출한 상태입니다. 록히드마틴은 F-35 전투기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블록호크 헬기 등을 생산하는 미국 최대 방산업체입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완성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베를린에서 열린 항공우주전 ‘ILA 2026’에서 독일 방산 스타트업 타이탄 테크놀로지와 대(對)드론 방어 체계를 생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벤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클래스’와 미니밴 ‘스프린터’에 타이탄 테크놀로지스의 드론 요격 체계를 올리는 형태의 사업입니다. 프랑스 르노는 방산기업 탈레스와 손잡고 군용 드론 생산에 나설 예정입니다. 르노는 공장 한 곳을 활용해 탈레스의 ‘투타티스(Toutatis)’ 드론을 월 1000대 규모로 생산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방산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동차 시장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전동화 투자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특히 중국의 저가 전기차들이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한 가운데, 전동화 부담까지 커진 유럽 완성차 업계는 새로운 수익원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사업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에 무게를 두는 모습입니다. 기아는 최근 열린 노사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대형 버스 ‘그랜버드’ 생산을 1~2년 내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노조 측에 전달했습니다. 사실상 대형 버스 사업 철수 방침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버스 시장 성장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기아는 버스 사업을 현대차로 일원화한 이후 PBV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량 확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떤 사업을 키우고 어떤 사업을 정리할지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섰다”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구조 재편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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