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이번 주 사퇴 후 연임 선언이 유력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호남에서 '시 인용'을 통해 거취 압박을 받는 자신의 상황을 대변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방선거 결과를 완벽한 승리라 단언하기 어렵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시사했고, 송영길 의원은 "당이 무너지면 대통령 레임덕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당 안에서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시에 빗댄 정청래 속내…사퇴 전 친명계 달래기
이 대통령 순방 기간 "정권은 짧다", "당의 주인은 당원" 등의 발언으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정 대표는 21일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선 "이번 유럽 순방 외교를 통해 이 대통령은 월드 클래스, 세계적인 지도자로 우뚝 섰다"며 당·청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정 대표의 사퇴 시점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 직전인 오는 24일께로 점쳐집니다. 오는 8월17일 전당대회를 여는 민주당은 오는 26일 전준위를 꾸리고 다음 달 16~17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습니다. 이 일정을 고려하면 정 대표의 사퇴 시점은 24일이 유력합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20일 전남 해남군 미황사를 방문해 "힘들 때마다 어려울 때마다 이 시를 생각하면서 힘내시기 바란다"며 전 민주당 의원이었던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독했습니다.
그는 지난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 대통령을 영접한 뒤 의원총회장에서 같은 시를 인용했습니다. 정 대표가 사흘 사이에 같은 시를 두 번이나 인용한 것은 당내 용퇴론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동시에 전당대회 출마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민석·송영길, 정청래에 '견제구'
김 총리와 송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냈습니다.
먼저 김 총리는 이날 워크숍 축사에서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냈지만 아쉽게도 완벽한 승리라고 선언하기 조금 어려운 결과"라며 현 지도부에 야박한 점수를 줬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흔들리면, 대통령이 흔들리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이번에도 이기고, 다음에도 이기고, 앞으로도 이긴다는 자신을 줄 수 있는 민주당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매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송 의원은 같은 날 <KBC광주방송>과 인터뷰에서 정 대표를 겨냥해 "집권당의 대표가 지금 대통령과 맞서자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운 뒤 "정 대표 출마 여부를 지켜보겠다. 정 대표가 나오면 제 출마 개연성이 훨씬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 의원은 특히 "당이 만약 무너지면 대통령 레임덕으로 가는 것"이라며 "정청래 지도부가 정면으로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출마를 하는데, 이것을 정리하지 못하면 집권당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청와대도 말리고…당도 우려하는 분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 간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먼저 중재에 나선 건 이 대통령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민주당과 정부가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더 잘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청 냉각 기류를 잠재우려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민주당 내 경쟁과 갈등에 대해 한 말씀 꼭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원수 싸우듯 하지 말아달라. 같은 진영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경쟁이 아닌 전쟁을 해서 되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우려의 시선은 당내에서도 있었습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고 복귀한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상대를 조롱하고, 흠집을 잡고, 분열을 키우면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그다음에 우리 당에는 무엇이 남는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우 의원은 또 "당의 분열과 반목을 차마 더는 지켜보기가 힘들어서 드리는 당부"라며 "민주당이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이 전당대회가 무엇을 위한 전당대회인지부터 분명히 하자. 그래야 당권 경쟁도 의미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한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구도가 가를 전당대회 판세
청와대와 당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던질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인 전당대회 분수령으로는 구도가 꼽힙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정 대표는 일대일 구도를 선호할 것"이라며 "자신의 선명성을 강성 당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평론가는 또 "김 총리와 송 의원 중 상대적으로 송 의원의 중도 포기 가능성이 높다"며 "송 의원 입장에선 장관 등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남아 있어 공학적으로 보면 조금 더 운신의 폭이 넓은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아직 (이재명정부) 집권 초반인 만큼 당 주류인 친명이 유리하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총리와 송 의원 모두 초반 레이스를 펼치겠지만 후반 연대 가능성이 높다"면서 "친명계 내에서 3자 구도로 전당대회를 치러 정 대표가 연임하는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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