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라지는 ‘경력 단절’, 그러나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26-06-24 06:00:00 2026-06-24 06:00:00
최근 고용 지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어 온 ‘경력 단절’ 현상이 점차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70% 중반대에 이르며, 과거보다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때 결혼과 출산을 기점으로 급격히 낮아지던 여성의 고용 곡선, 이른바 ‘M자형 구조’도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이 변화가 곧 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 단절은 줄었지만, 부담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한 이유를 단순히 ‘기회 확대’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많은 경우, 이는 선택이 아닌 현실에 가까운 변화다. 가계 경제의 불안정, 맞벌이의 일상화, 그리고 개인의 생존 전략 속에서 여성은 이제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경력 단절은 줄어들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아니라 돌봄과 일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이어가는 여성들은 여전히 돌봄 공백, 시간의 제약, 경력 유지의 어려움 속에서 버티고 있다. 즉, 경력 단절은 줄었지만, 그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의 변화는 ‘고용 유지’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과연 이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난 만큼, 그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도 함께 개선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많은 경우 시간제, 비정규직, 혹은 돌봄과 병행 가능한 제한적인 형태의 일자리에 머무르는 현실은 여성의 경력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경력 단절은 줄어들었지만, 경력의 ‘성장’은 여전히 멈춰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책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육아휴직, 노동시간 단축, 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 종사자, 농촌 지역 여성과 같은 계층에서는 제도를 활용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여성 일자리 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참여 업체 부스에서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제도는 존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사회’로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를 단순한 수치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구조적 변화를 읽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력 단절을 막는 것을 넘어 경력을 지속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를 위해서는 돌봄의 공공성 강화, 유연한 노동환경 확대, 그리고 경력 복귀 이후의 성장 경로 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경력 단절 감소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그것이 곧 ‘문제 해결’은 아니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남아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다. 지금의 변화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 것인가, 아니면 일을 멈출 수 없는 사회를 만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력 단절 문제는 진정한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정원 쉼표힐링팜 CEO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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