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쓴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나라'는 제목부터 정면으로 묻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어디까지 '부자'로 만들 수 있는가. 책은 이 질문을 복지 담론에 가두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전환을 출발점으로 국민 자산, 기업 생태계, 도시와 인재 전략을 하나의 국가 운영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의 출발점은 AI입니다. 저자는 지금을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문명사적 전환기로 봅니다. AI는 일자리를 줄이고 불안을 키우지만,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여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국가의 대응 속도입니다. 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낡은 규제와 추격자 전략에 머문다면 디지털 식민지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책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이 이미 가진 산업 기반을 AI와 결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반도체·자동차·조선·의료·금융·국방 등 한국의 '풀스택' 국가 역량을 AI로 재조립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남이 만든 길을 빠르게 따라가는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표준과 시장을 여는 개척자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눈에 띄는 제안 중 하나는 아이가 태어날 때 국가가 1억원을 미래펀드에 넣고, 이를 장기 복리로 운용하자는 '복리의 마법' 구상입니다. 저자는 연 7% 복리로 20년을 운용하면 청년기 도전 자산이 되고, 이후 남은 자산은 노후 자산과 다음 세대 재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AI로 일자리와 소득 구조가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복지를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장기 투자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잠든 자산을 깨워라'에서는 신용카드·통신 포인트, 항공 마일리지처럼 쓰이지 않고 묶여 있는 자산에 주목합니다. 매년 사라지는 포인트를 소비자 권익, 민간 소비, 소상공인 매출로 연결하자는 문제의식입니다. 저자는 소멸 부담금, 공공 교환 플랫폼, 자동 환급제 등을 통해 잠든 자산을 시장 안에서 다시 돌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피터팬 증후군이 먹어치운 111조원'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한국 기업 생태계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혜택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책은 이 때문에 기업이 성장을 주저하고, 미래의 글로벌 기업이 될 혁신의 싹이 잘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매출액 중심의 낡은 기준을 넘어 혁신성, 고용 기여도,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과 규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책의 시선은 자산 형성과 기업 생태계 개혁을 넘어 도시 구조와 자금 흐름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저자는 직장과 주거가 분리된 도시 구조가 시민에게 ‘시간세’를 부과하고 생산성 저하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산업단지 안에 주거를 허용하고 산업·주거·교통을 하나의 계획으로 묶는 '패키지 도시'가 필요하다는 제안입니다. 아울러 대기업의 협력 중소기업 납품대금 지급 관행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관행적인 60일 결제 기한을 30일로 줄이고, 검수 이후 대금이 자동 입금되도록 해 중소기업의 자금 흐름을 개선하자는 겁니다.
인재 전략에서는 더 개방적인 국가, '사람이 모이는 나라'를 주문합니다. 인구가 줄고 지역이 비어가는 시대에는 자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진단입니다. 저자는 핵심 인재에게 주거·영주권·교육·의료를 묶어 제공하고, 온라인 협업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결국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나라'가 말하는 부국은 자산 가격 상승이나 대기업 실적에만 기대는 나라가 아닙니다. 국민에게 도전할 자산을 주고, 잠든 돈이 시장에서 돌게 만들고, 기업이 성장할수록 더 큰 무대로 나아가게 하는 나라입니다. 복지를 투자로 바꾸고, 돈의 흐름을 깨우고, 성장 기업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가도록 사다리를 놓는 일이 책이 말하는 AI 시대 부국의 조건입니다.
이 의원은 "AI 시대의 부국은 몇몇 대기업의 성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국민이 도전할 수 있게끔 자산 형성을 돕고,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는 것이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국가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자 이광재 의원은 4선 국회의원(17·18·21·22대)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강원도지사, 국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직속 국가미래정책위원장 등을 지내며 국가 성장전략과 산업 전환 의제를 다뤄왔고, 최근에는 중소·벤처·소상공인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나라'. (이미지=네이버 도서)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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