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지상토론)이근우 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 "보완수사권 없애면 피해는 국민에게"
"보완수사권 폐지 땐 '검사 책임' 물을 수단 사라져"
"악용 얼마나?…손가락 아프다고 '어깨 자르는' 격"
"사법체계 문제를 '정치적 득실' 관점에서만 해석"
2026-06-29 06:00:00 2026-06-29 0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10월2일 검찰청 폐지까지 남은 시간은 단 95일. 그러나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의 입장을 '보완수사권 폐지'로 정하면서도, 정작 8개월째 논의한 정부의 입법안은 비공개해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사법 체계의 대전환을 앞둔 현장과 진영의 공방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보완수사권 폐지 찬반에 관해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사법개혁의 쟁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편집자)
 
지난 26일 <뉴스토마토>는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를 만났습니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만 앞세우면 정작 부실 수사를 걸러낼 안전장치가 사라져 사건을 맡긴 고소인과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한다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검사의 책임을 물을 수단도 함께 사라지고, 오히려 검사가 책임을 회피할 구멍만 커진다"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걸러낼 안전장치 논의는 빠진 채 폐지만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시절부터 수사권 구조 문제를 연구해 온 형사소송법 전문가입니다. 검찰개혁추진단(이하 추진단) 자문위원장도 맡았으며, 보완수사권·전건송치·특별사법경찰단 지휘 체계 등 핵심 쟁점을 직접 다뤄왔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이근우 교수와 일문일답.

김민석 총리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기본 입장으로 확정했습니다. 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내신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허탈합니다.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막상 현실화되니 허탈하네요.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정치인 김민석으로서는 현명한 선택이고, 국무총리 김민석으로서는 무책임합니다. 추진단 공무원 분들도 허탈할 겁니다.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다 준비했을 텐데 그 노력들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덮어지게 됐으니까요.
 
정부안이 비공개된 상황에서 앞으로 국회 논의는 어떻게 전개될 걸로 보시나요. 
 
이 논의가 이대로 사그라들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법안도 발의됐고,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걱정되는 건 이 문제는 국민 전체가 직접적 영향을 받는 지점인데, 정치권에서 자기네들끼리 결정하려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8월 말까지 정부조직법 부칙 개정을 해야 10월2일에 시행할 수 있는데, 지금 타임라인으로는 그게 안 됩니다. 연간 약 150만건이 형사사건으로 접수되는 시스템을 이렇게 급하게 뜯어고치면 상상 못 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님께선 보완수사권을 검사의 '권한'이 아닌 '의무'로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가요.
 
검찰이 비판받았던 이유는 보완수사권을 자신들의 '권한'으로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으면 직접 수사하고, 하기 싫으면 경찰에 던져두는 식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를 검사의 '의무'로 규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나오거나 기소 과정에 허점이 발견됐을 때, "왜 국민을 위해 보완수사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느냐"며 검사에게 명확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반면 보완수사권이 아예 폐지되면 앞으로 검사가 "경찰한테 보완하라고 요구했는데 들어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불기소했다"고 변명하면 그만입니다. 검사가 책임을 회피할 구멍을 국가가 넓혀주는 꼴입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수사 개입' 통로로 악용돼 왔다고 주장합니다. 이 우려는 어떻게 보십니까.
 
보완수사권이라고 생긴 제도가 몇 년이나 됐다고 벌써 악용 타령을 하는 건가요. 악용됐다는 것도 정치적 사건 몇건인데, 2024년 기준 연간 8만여건에 달하는 민생 사건 보완수사 요구 중에서 악용이 문제가 된 게 과연 몇개인가요. 손가락이 아프다고 어깨를 자르는 격입니다. 만약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송치 증거가 부실하다면 검사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책임지기 싫으니 일단 기소해 버리고 법정에서 알아서 싸워보라는 태도를 취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재판이 사실상의 '수사 절차'로 변질됩니다. 법관이 법정에서 문서 제출을 명령하고 증인을 소환하며 수사기관의 역할을 떠맡게 되는데, 국민에겐 이게 더 끔찍한 일 아닌가요.
 
추진단 자문위는 보완수사권 전면 금지보다 정교한 통제가 답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지요.
 
개별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부장검사나 검사장의 결재를 거치게 하는 제도를 촘촘히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책임 추궁도 할 수 있어요. "왜 과도한 줄 알면서 승인했느냐"고 불러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거죠.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는 더 강화된 승인 요건을 만들면 되고요. (권한) 악용을 막겠다면 결재 라인을 세우면 되는데, 왜 (보완수사권을) 아예 없애냐는 겁니다.
 
전건송치 없이 보완수사권만 폐지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가장 무서운 건 '사건 암장'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땐 수사를 덜 할수록, 증거를 적게 수집할수록 불송치하기 좋아지는 구조입니다. 누군가 내 수사 서류를 최종적으로 열어볼 수 있다는 가능성(전건송치)이 존재해야, 담당자도 최소한 부실 수사라는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성실히 수사합니다. 그 안전장치가 바로 전건송치입니다. 지금 정치권에선 전건송치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만 나왔지, 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찰 자체적으로 어떤 점검 시스템을 두고 있는지, 수사를 덜 하면서 불송치했을 때 내부적 통제가 있는지에 관해 들은 적이 없어요. 
 
현재 경찰의 수사 역량만으로는 민생 사건을 온전히 처리하기 어렵다는 뜻인가요. 
 
경찰 수사 전체를 못 믿겠다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 수사로 진행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라도 보완 창구를 열어두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거죠. 그걸 예외 없이 닫아버리면, 검사가 새 증거를 가져온 피해자를 만나도 접수를 못합니다. 담당 경찰관한테 보내야 하는데, 그 경찰관은 이미 (사건을) 송치해 버렸잖아요. 다시 받아서 (새 사건으로) 올려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생기는 겁니다. 민주당은 이런 점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국민 불편해지는 건 하나도 말 안 하고 무조건 좋은 제도처럼 설명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무엇보다 이번 보완수사권 논의가 정치화·진영화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국민의 권익이 걸린 사법 체계 문제를 오직 '정치적 득실'의 관점에서만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할 이유가 전혀 없는 문제입니다. 아무런 선입견이 없는 평범한 국민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경찰이 사건을 열심히 처리하긴 했는데, 혹시 모를 억울함이 없도록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한 번 더 검토할 기회를 줄까요, 말까요?"라고 물으면 99%는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답할 것입니다. 그게 상식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당연한 상식의 답을 진영 논리가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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